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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y 30. 2024

마음이 먼저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에 이모님이 먼 길로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생을 고향에서 사시다 잠깐 떠난 후로 다시 돌아오신다. 

글 몇 자로 안타까운 마음을 대신한다. 



 

<하늘 마실 길>



날은 참 좋네 

덥지도 춥지도 않고 

아들 딸 손자 손녀도 힘들지 않고 

가는 길 마지막으로 

보러 오는 이들도 마음 가볍도록

하늘은 눈부시네      


누구라도 한 번 오면 

가야 하는 길

가고 싶다고 

더 있고 싶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택하지 못하는 그런 길      


지난 생 돌아보면

자식들 세상에서 지 할 일 하고 

그만하면 우애도 좋고 

나도 적지 않게 여기서 잘 지냈으니 

이만하면 나쁘지 않았네      


그러니 나 보러 온 이도 

그리워하는 이도 

참 고맙고 고마워

마지막 가는 날에도 마음이 편하네 

한평생, 잘 쉬었다 가네  



남은 이들의 마음도 허전할 것이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 터지만 막상 닥치면 또 다를 것이다. 

가만가만 그 마음을 따라가 본다. 



<그리운 당신>



               

그리움이 깊어지면 

이만큼이나 닮을까요?

평생을 같이 지내왔지만 

이제 이 땅 어디에도 계시지 않는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오늘따라 시간은 더디 가고

날은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말은 하지 않으셨지만 

하늘 마실 길 나서기 참 좋은 날이라고 

미리 생각하셨을까요?     


마음으로는 어느 정도 준비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아직도 남의 일처럼 

실감 나지 않습니다      


부족함 많은 제게

어머니로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계셔서 든든했습니다 

제가 사는 세상이 

당신 덕분에 늘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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