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역에서 <기후 변화와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시민들과 만나는 시간이 있었다. 올해 지역의 생활문화공간을 활용하는 강좌 모집에 지원하여 선정된 프로그램이었다. 강의의 주된 내용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 실태 등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야기 도중 나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강원도에서 만난 공작나비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어진 나비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던 나비들이 우리 곁에서 사라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중 주된 이유는 서식지 파괴, 농약 사용 등이지만 기후 변화 요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요즘은 이전에는 오지로 분류되어 사람들이 찾지 않던 곳까지 중장비를 도입하여 개간하는 곳이 적지 않다.
가장 흔하게 듣는 건 얼마 전까지 애벌레를 볼 수 있었던 풀이 그다음 날 갔더니 제초기로 잘라버렸다는 이야기이다. 한창 먹고 자라야 할 애벌레의 입장에서는 순식간에 집과 식량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관심을 가지고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애벌레의 먹이이고 알을 낳아야 하는 터전인데 그렇지 않은 이의 시선에서 보면 불필요하고 쓸모없을 뿐이다.
붉은점모시나비
사라져 가는 서식지를 복원한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원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최소한 인위적인 손길이 닿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현상태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런 일은 극히 드물다. 바로 ‘너만 알아’가 그 해답이다. ‘너만 알아’는 또 다른 ‘너만 알아’를 낳는다. 시간이 지나면 ‘너만 알아’는 더 이상 소수만 아는 곳이 아니다.
이는 식물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특이한 야생화가 있을 때, 어떤 이는 사진을 찍고 꽃을 꺾기도 한다고 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자신은 사진을 찍었으니 다른 이들은 찍을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야생화 사이트에서 내가 봤던 사진에는 목이 꺾인 야생란이 있었다. 인간의 탐욕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사진이었다.
실로 이기심의 극치가 아닐 수 없었다. 어떤 이는 아예 캐가기도 한다. 본인의 집에 심기 위한 경우도 있지만 식물원이나 수목원 등에 비싼 가격으로 팔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렇게 사라진 멸종위기종 식물도 적지 않다.
이미 나비 애호가들에 따르면 일부 나비들이 사라질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나비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점차 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볼 수 없게 되면 그 종은 우리나라에서 사라져 버린다. 한 번 사라진 것을 복원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 부디 귀한 나비를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