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벌써 여름을 맞은 느낌이다. 우리나라도 덥지만 인도는 50도에 달하는 날씨 탓에 여러 명이 죽었다고 한다. 올여름은 얼마나 더울지 걱정이 앞선다. 오늘 하루 종밀 밖에 있었더니 얼굴이 많이 탔나 보다. 미용실 원장님도 그러더니 저녁에 내 모습을 본 아내도 같은 말을 한다.
아내와 저녁을 먹고 천변을 걸었다. 낮에는 후덥지근했으나 저녁이 되면서 서늘해졌다. 오늘은 아내 덕에 모처럼만에 호젓한 천변길을 걷는 호사를 누렸다. 무성한 수풀 사이에서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이전에도 천변에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많은 이들이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탄다. 보니 등줄기에 땀이 흥건한 이도 있었다.
천변길을 걷다 보니 족히 몇백 평은 됨직한 땅이 잘 정리된 채 있었다. 무얼 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보기에도 상당한 규모라서 눈길이 갔다. 그런데 아내 말이 인근에 저 정도 규모의 카페가 있다는 거였다. 요즘 대세가 대형화 추세라면서 조금만 가면 있다고 한다. 수백 평이 넘어 보이는 카페라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는 처음에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조금 걷자 거대한 구조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아까 보았던 그 넓은 공간만큼의 카페가 있는 게 아닌가. 가까이 가서 보니 카페, 음식점, 바비큐장 등이 있는 푸드 복합공간이란다. 내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이 정도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건비, 전기세 등이 보통이 아닐 것이다. 과연 여기 유지에 적정한 손님이 그만큼 찾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 순간 새만금 공항이 떠올랐다. 한때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세웠던 공항들이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는 소식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또 공항이라니. 공항 건설을 찬성하는 이들은 공항이 들어오면 바로 지역 발전이 될 것처럼 생각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인구 소멸을 걱정하는 입장에서 공항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얼마나 이용을 할까 싶다. 더 큰 문제는 이곳이 그나마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새만금의 수라갯벌을 매립하여 만든다는 점이다.
갯벌은 가시적으로 보이는 수평만이 아니라 수직으로도 생명체가 사는 특이한 공간이다. 그 생태계를 생각하지 않고 시대에 뒤진 토목의 관점만을 내세워 사업을 밀어붙이다 보니 문제가 많다. 지금도 수많은 생명체들이 꼬물거리는 땅에 사람도 찾지 않는 공항이 들어선다고 생각하니 숨이 턱 막힌다.
6월에는 제법 일이 많다. 통영도 가야 하고, 제주도도 예정이 잡혀 있다. 돌아보면 4월과 5월을 어찌 보냈나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6월이 왔다는 게 반갑다. 이렇게 한 달 한 달 지나다 보면 연말이 가까워질 것이다. 그때쯤이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지리라 믿는다. 5월, 진짜 고생하셨다. 6월에는 더 많이 웃고 즐거워하는 날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