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중장년 취업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아침 9시에 시작해서 6시에 끝나는 빡빡한 일정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느새 나는 일행 가운데 한참 나이 많은 축에 속해 있다. 대학 동기 중에도 이미 명퇴를 한 이가 있기는 하지만 나는 적어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평균수명이 83세라는 이야기를 듣고, 설문지를 따라가다 보니 근처에 머물렀다. 하지만 여자들은 100세가 넘는 이도 제법 있다. 100세까지 살아 있다고 생각하니 다들 끔찍한 모양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건강하고 체력이 뒷받침해 준다면야 문제가 없겠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아내는 나에게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많이 발견하나 보다. 아내 말로는 말이나 행동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이다. 하기는 나 역시 간혹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거나 예전과 다르다는 사실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같이 사는 사람이 여러 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진짜 그런가 싶다. 이제 인정해야 하는 나이가 된 셈이다.
아직은 현역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나이 앞에 장사가 없다. 작가는 나이 제한이 없다고 하지만 그게 축복일지 저주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나이가 들면서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간다. 친구도, 일도, 가족도 하나둘씩 자기 곁을 떠나는 냉혹한 현실 앞에 놓인다. 하루종일 전화 한 통 오지 않는 전화기 앞에서 망연자실해야 하며 하루 밥 먹는 일 말고 의욕적으로 할 일이 없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할지 모른다.
오늘 노년층을 위한 어플 소개를 받고 프로그램을 깔다 보니 마음이 착잡하다. 예전에는 그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만 하다가 어느새 내가 그 나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중장년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비슷한 공감을 하는 이가 있었다. 아직도 창구가 편하고, 커피숍에서 사람에게 주문하는 게 익숙한 이들로서는 키오스크나 인터넷 쇼핑이 반가울 리 없다. 그래도 어쩌랴. 이 시대가 그걸 요구하는 것을,
챗GPT가 나온 이후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이다. 뤼튼, 미드저니, 감마, 런웨이, 플레이그라운드 등이 언뜻 떠오르는 최근에 배운 프로그램들이다. 여기에 캔바나 캡컷까지 가세하면 더 피곤해진다. 이들의 업데이트 속도를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우리를 압도할지 두렵다. 속도만이 아니라 완성도나 난이도면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때는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까지 내놓는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땅일 수도 있을 테고 누군가에게는 절망을 경험하는 시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스마트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듯이, 앞으로는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 프로그램 이전 시대를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5년, 10년 후에는 지금처럼 타자를 치거나 말하는 대신에 뇌파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이 가능할 것이다. 수십 명이 공동 작업으로 새로운 오페라를 창작하거나 이전에는 없던 예술 장르도 나오리라 생각한다. 아마 그때에는 몸을 쓰고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정을 나누는 일이 더 귀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