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를 심은 후. 날이 맑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심기 전에는 어떻게 심을까 하는 심란함이 있었다면 요즘은 땡볕에 옥수수가 말라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예전이라면 그냥 날씨가 덥구나 하며 그늘을 찾아가기 바빴겠지만 종묘를 심은 후에는 하늘을 보는 일이 잦다. 아무래도 생명이 달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번에 모종을 심은 후 걱정 끝에 가보니 이미 시들어가는 옥수수도 몇이 보였다. 물을 주느라 30여 번 넘게 오갔던 것도 바짝 잎이 마른 옥수수가 보기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물을 구해다 주기는 했지만 요즘처럼 더위가 심할 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으리라.
심은 이후 연일 날이 더워지면서 물병이라도 구해서 물을 주고 와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었다. 지난번에 3배 식초 15L짜리를 버리지 않았더라면 좋았겠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만일 이 상태라면 물병을 구해서라도 가야 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제일 좋은 방법이라면 비가 오는 것인데 그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어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토요일에 다녀오고 난 후에도 비가 안 와서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다행히 오늘 저녁 무렵에 반가운 비가 왔다. 비록 많이 오지는 않았지만 그걸로도 한시름 덜었다. 문제는 지역에 따라 비가 오지 않은 지역이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있던 곳은 비가 왔지만 만약 옥수수 심은 곳에 비가 오지 않았다면 혼자 좋아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농부가 아님에도 예전에 세상에서 제일 반가운 게 마른논에 물이 들어가는 소리라는 말이 실감이 간다. 앞으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하기 전까지 잘 버텨주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일단 옷수수가 잡초를 이기고 키가 더 크면 그다음부터는 어느 정도 안심이다. 물론 이후에도 풀을 메고 신경을 써주기는 해야겠지만 일단 풀을 이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제초제를 주지 않고 버텨볼 생각이지만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풀이 자란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도 올해까지는 가능하면 제초제를 쓰지 않고 버텨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