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가 부르는 노래
퇴근길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이미 퇴근했을 시간인데, 아내는 독서모임 하는 사람들과 산에 있다고 했다. 하기는 저녁 무렵 선선하기도 하니 그럴만도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행 이야기를 꺼낸다.
나도 그렇지만 아내는 여행을 좋아한다. 아프리카를 이야기하는 아내의 말에는 살짝 떨림이 묻어났다. 그만큼 가고 싶다는 의미일 게다. 한때 남미여행을 가고 싶다고 눈물까지 보인 적이 있는 아내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흔쾌히 다녀오라고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못내 서러웠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냥 아내의 말을 들어주는 일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아내 여행을 꼭 보내줄 것이다. 나는 지금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당장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만 아내의 여행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아프리카의 세렝게티를 비롯하여 드넓은 초원의 한가로움과 여유, 그리고 풍요로움이 조만간 아내에게 와닿기를 기원한다. 그녀가 해가 뜨는 대지에서 기린과 코끼리, 코뿔소와 영양이 뛰는 모습을 보며 마음의 평화를 느끼고 행복하기를 기대한다.
나는 아내가 보이는 아프리카만이 아니라 지구의 숨소리를 간직한 아프리카를 보고 오기 바란다. 그래서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의 외침을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여전히 세상은 힘들고 살기 어렵지만 그곳에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오기를 기대한다. 아마 다녀오면 할 말도 많고 써야 할 글도 넘쳐날 게다.
아프리카에서 아내가 보내준 편지를 받고 싶다. 지금은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지만 멀지는 않으리라. 나는 아내가 쓴 글을 따라 재빠른 영양의 발굽소리와 코끼리가 물을 뿜어대는 소리며 작은 나뭇가지에 새가 앉는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옆에서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 얼룩말과 무리를 지어 강을 건너는 누우 떼가 그녀의 글을 따라 출렁거리는 상상을 한다. 마른 먼지 날리는 곳에서 바로 코앞에서 사자를 보았다며 흥분한 목소리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