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나비

by 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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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꿈

동양사에서 가장 오랜 이야기 중의 하나가 바로 장자와 나비 이야기이다. 흔히 우리가 장주지몽 莊周之夢이라고 하는 이야기는 도교에 대해 모르는 이라 할지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장자는 2400년 전에 살았던 송나라의 사상가이다. 몇 년 전에 나온 전자제품도 한물간 구식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마당에 2400년 전에 살았던 무엇이라고 이 이야기는 아직도 생명력을 갖고 우리를 사로잡는 것일까? 장자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다


지난밤 꿈에 장주(장자)는 나비가 됐다. 날개를 펄럭이며 꽃 사이를 이리저리 즐겁게 날아다녔는데 장주는 자신이 장주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 꿈에서 깬 후 비로소 자신이 나비가 아니고 장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주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까 꿈에서 나비가 됐을 때는 내가 나인지 몰랐는데 꿈에서 깨어 보니 분명 나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진정한 나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내가 된 것인가? 내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이 이야기는 ‘장자 제물론’편에 나오는 호접몽(胡蝶夢) 에피소드이다. 아마도 이 에피소드는 전 세계에서 나비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인용되고 널리 알려진 이야기일 것이다. 이야기는 비교적 간단하고 명확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전해주는 의미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 이야기가 수천 년이라는 시간이 흐를 동안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장자의 이 경험을 가상현실과 실제가 혼재한 최초의 사건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인생의 덧없음을 이야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때로 이 이야기는 사물()과 자신()이 한 몸이 된 경지(境)를 말할 때 등장하기도 한다. 우리가 이 일화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면 당시에 장자가 겪었을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의 유추가 가능하다. 그에게 스트레스를 주던 요인을 해소할 수 있는 대상은 나비였다.


장자에게 나비는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었으며, 다른 의미에서 나비는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의지의 투영이었다. 하늘을 마음껏 날고자 하는 나비의 완성, 즉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장자의 희망은 꿈을 깨는 순간 사라지고 만다. 잠시나마 꿈속에서 나비로서 누렸던 자유는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비극으로 변해버렸다. 그가 직면해야 했던 것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나비란 도전이라는 이름의 다른 별칭이며 강제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욕망이었다. 결국 장자가 꾸었던 꿈은 자신이 현실계에서는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세계이자 미래이며 영원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가 본 나비가 어떤 종류인지를 우리가 알 수 있는 단서는 없다. 그가 현실이 아니라 꿈에서 보았던 나비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보았다 할지라도 그림을 그려두지 않은 이상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하지만 ‘장주지몽’에서 중요한 것은 나비가 아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그게 나비가 아니라 벌이거나 새이더라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그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본질은 나비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의 가치와 존재 여부였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나비는 어떤 존재인가? 그냥 스쳐 지나가다 만나는 우연한 인연인가, 아니면 평생을 동경하면서 사랑하게 된 그런 소울 메이트인가. 나비 알이 모두가 애벌레로 부화하는 것이 아니듯 우리가 꾸었던 꿈도 모두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애벌레가 성충이 되는 일도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성충이 되어 나비로 화려하게 날아가는 순간 세상은 달라진다. 그 순간이 바로 새로운 미래의 역사가 쓰여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끔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헷갈리거나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사랑하는 이를 잃는다거나 불치병에 걸리거나 인생의 절망이 닥쳤을 때 당신이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인생의 행복은 우리가 아는 성공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부와 명예, 권력 등 빛나 보이는 것들은 실체를 알게 된 이후에는 상실과 허무가 더 크게 다가온다. 성공을 좇아서 앞만 보고 달리던 이들이라면 공허함이 밀려올 때 이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장자가 겪었던 꿈은 그가 꿈꾸던 세계일 수도 있고 우리가 현실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또 다른 방식일 수도 있다.


가끔 우리는 일탈을 꿈꾼다. 우리가 꿈꾸는 일탈은 남다른 취미일 수도 있고 새로운 도전일 수 있다. 정해진 단조로운 삶의 무료함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 잠깐의 휴식이 다음까지 갈 수 있는 동기 부여를 주기도 하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올해는 내게 나비가 그런 존재이다. 예전에 내게 세상의 나비란 흰 나비와 검은 나비, 그리고 붉은 나비 천지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그 나비들은 이름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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