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온다

by 산들



혹시 우리나라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나비가 살까? 이런 질문을 하면 십여 종이라는 답부터 수십 종, 백여 종 등 여러 가지 답이 돌아온다. 한국에는 대략 220여 종의 나비가 있다. 나 역시 나비 공부를 하기 전에는 한국에 그렇게 많은 나비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그중 나는 올 한 해 동안 대략 150여 종류의 나비를 보았다.


올해 초 무주에서 <나비생태학교>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접수한 후, 나비를 보기 위해 봄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무주 덕유산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매주 새로운 나비가 나를 기다렸기에 다른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 살면서 나비를 성충으로만 보아왔기에 나비 알과 애벌레, 그리고 번데기를 거쳐 나비로 변한다는 것도 이번에 공부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그동안 나비를 보러 강원도를 여섯 차례 다녀왔으며 제주도 한라산도 두 번이나 올랐다. 이쯤되면 나비와 함께 산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지런히 다닌 덕분에 올해 3월까지만 해도 흰나비, 검은나비, 노란나비밖에 모르던 내가 이제는 네발나비를 보고 알 수 있게 되었으니 놀라운 발전이다. 물론 아직도 제일줄나비와 제이줄나비가 여전히 헷갈리며 표범나비류는 더욱 구분이 어렵다. 그럼에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올해처럼 실감 나게 와닿은 적이 없었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것 중에 하나가 나비이고 가장 보기 힘든 것 또한 나비이다. 그러나 나비를 제대로 보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나비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어떤 나비는 특정 지역에만 살기도 한다. 예전과 달리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나비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사라질 운명에 처한 나비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미 상제나비처럼 우리나라에서 사라져버린 나비가 있는가 하면 산굴뚝나비처럼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는 나비도 있다.


사람들은 내가 나비를 보러 간다고 하면 대부분 전남 함평을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함평에서 열리는 나비 축제가 유명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예전에 함평 나비축제에 다녀온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함평은 나비 축제로 유명할 뿐 나비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만약 정말로 나비를 보고 싶다면 나비의 서식지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연은 나비를 보는 데 가장 최적의 장소이다. 나비의 서식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특정 지역이나 환경을 유독 좋아하는 나비가 있다. 나는 나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비가 있다. 이 나비는 올해 내가 만났던 수많은 나비 중에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나비이기도 하다. 바로 붉은점모시나비이다. 붉은점모시나비는 석회암 지대와 같은 지형을 좋아한다. 여기에 먹이식물인 기린초가 풍성하다면 금상첨화이다.


모시나비.jpg

모시나비


어리세줄나비.jpg

어리세줄나비


경북 의성에는 붉은점모시나비의 서식지를 조성해 놓은 곳이 있다. 인위적이기는 하지만 덕분에 일반인들도 조금은 더 편하게 붉은점모시나비를 만날 수 있다. 모시나비나 어리세줄나비도 근사하지만 한 번이라도 하늘을 나는 붉은점모시나비를 본 이라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팔랑대며 하늘을 나는 대개의 나비들과 다르게 붉은점모시나비는 마치 글라이더가 비행하듯이 우아하게 하늘을 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도저히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릴 수가 없다. 붉은점모시나비 몇 마리가 한 데 어울려 하늘을 나는 모습은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잊히지 않는다.


20210508_105021.jpg


나비를 공부하는 이들은 순간을 아쉬워한다. 짧은 만남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사라지는 나비도 있다. 나비와 만나는 것은 잠깐이지만 그 잠깐을 놓치면 꼬박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는 잠깐 보았던 나비를 떠올리며 평생 동안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이다.


자연 상태의 나비가 나비 성충이 될 확률은 2%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나비는 치열한 생존 전쟁에서 살아 남아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나비 알이 애벌레로, 그리고 다시 번데기와 나비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자연의 신비 앞에 서면 우리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를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내년에는 또 어떤 나비를 만날 수 있을까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