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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시고-4) 유수사(流水辭)

by 이문상

유수사(流水辭)


물은 오직 아래로만 흘러가서 / 水之趨兮惟下

날로 백번 꺾여도 멈추질 않네 / 日百折兮不舍

바다에 들기 전엔 어느 웅덩이에 멈추랴 / 不入于海兮何科之停

차면 반드시 흐르니 그 고삐 누가 잡을쏜가 / 盈必進兮誰稅其駕

근원 없는 저 길바닥에 고인 물도 / 彼行潦之靡有源兮

더운 여름 큰비에는 위세를 부리나니 / 尙逞威於大雨之炎夏也

잠시 그럴듯했다 이내 바닥이 나건만 / 勢暫似兮旋踵

그래도 비자에겐 과시하기 넉넉하다오 / 猶足夸於鄙者也

내가 어찌 깨끗한 우물을 먹이지 않으랴 / 吾寧不食於井之渫兮

하늘의 해와 별이 거꾸로 비치누나 / 大虛日星之倒寫也

더구나 더러운 건 섞이지 않았는데 / 矧雜穢之不幷兮

무엇을 씻어 내고 무엇을 쏟아 버리랴 / 夫何滌而何瀉也

끊어진 항구에 항해하지 않음은 / 毋航斷港兮

막힐까 두려운 때문이요 / 恐其窒也

약수에 들어가지 않음은 / 毋踵弱水兮

빠질까 두려운 때문이로다 / 恐其溺也

이에 난사를 지어 이르노라 / 迺從而亂之曰

품성은 한가진데 선악이 왜 드러나는고 / 性一兮淑慝之胡形

재주는 한가진데 취사를 이렇게 만나다니 / 才一兮取舍之是嬰

산골의 샘은 그윽하기만 하고 / 澗泉之幽幽

강과 바다는 아득하기만 한데 / 江海之冥冥

내 그 안에서 노래를 하노니 / 我歌其中兮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하여라 / 鬢毛之星星

천재에 나를 아는 사람 있어 / 千載有人兮

귀가 있으면 알아들으리 / 有耳其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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