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따뜻한 뒷담화

by 주시오

나는 사람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렇다고 은둔형 외톨이까진 아니다. 어쩔때는 모인 공간에서 제일 수다쟁이일 정도로 유쾌하게 수다를 즐긴다. 그러나 그건 언제까지나 나의 부캐일 뿐 본질적으로는 혼자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자발적 은둔자 스타일이다.

혼자있어도 크게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책을 읽거나 이것저것 배우는데 시간을 쓰기 때문에 관계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인데 이런 성격은 스스로에게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


왜 사람들과 엮여 관계 맺는 것을 싫어하는 지 스스로 생각했을 때 , 나름의 자기 분석 결과 그 원인은 '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상대방의 기분과 감정상태를 많이 살피는 성격이라, 상대방위주로 공감을 많이 하는 동시에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을까 많이 눈치를 보는 성격이다.


고로 상대와 대화 하면서도 이것저것 무의식적으로 많은 정보를 고려하다보니, 일단 만남 자체가 피곤하게 다가오고, 상대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보니 거절이나 부정적인 말에 약하고, 이 점이 스스로에게 피곤하게 다가온다. 내 심지와 고집이 강한 것 같다가도, 직설적으로 강력하게 의사표현을 하지못하니 매일 우유부단 좋은게 좋은거다 식으로 상대한테 보이는 것 같다. 왜 있잖냐 그냥 다 받아주는 만만한 그런 사람...


물론 깊게 친해지면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고, 누구보다 고집쟁인 것을 곧 눈치 채겠지만, 마치 세상을, 나의 지인들을 철저하게 속이듯, 사람들 앞에서는 웬만하면 화를 안내고 짜증도 접어두고 적을 만들지 않으려는 삶의 태도를 견지해 왔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온순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별 문제 없었지만, 기가 세고 약한 상대를 무시하거나 억누르는 사람들에게는 손쉬운 먹잇감이 되어 당하기도 많이 당했다. 절대 정신적으로 굴복하거나 않았지만...그러면서 점점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와 부질없음을 느끼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진흙탕에도 별은 뜨는 법... 간간히 어디서든 서로 마음 통하는 소수의 지인들은 한 두 명씩 있게 마련이고, 이 소중한 인연들을 이어가면서, 가끔 만나서 떠는 수다는 참으로 큰 활력소가 된다. 예전 회사에서 알던 지인을 만나 이야기 하고, 또 예전에 나를 찍어누르던 노처녀 상사에 대한 뒷담화도 하면서 회포를 풀었다. 노처녀 상사도 자기 상사에게 찍혀버려서 모진 고초를 당하다 퇴사했단다. 내 입장에서는 권선징악이로구나~

각설하고,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어찌보면 공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공감은 사랑 이상의 힘을 가질지도 모른다...

사랑은 영원할 수 없지만 공감은 사랑보다 더 묵직한 불꽃으로... 우리 뜨겁게 활활 태울 순 없지만 뭉근하게 감싸줄 지 모른다.


때로는 타인의 존재가 불필요하다 느낄 때도 있었다. 부질없는 인간관계 맺어서 무얼하나 염세적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곳곳에 작은 불씨처럼 남아있는 그래도 나의 사람들이 있었다. 서로의 안부를 엄청나게 챙기지도 않고 그저 물흐르듯 만나게 되면 만나고 아니면 아닌 그런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만나면 항상 서로를 마음껏 공감하고 쿨하게 헤어졌다. 이들과의 관계는 너무 작은 불씨라 ...그저 조금 따뜻한 온기라 평소에는주변에 있는 지 조차 몰랐다...하지만 가끔은 그 부담없는 온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준다. 너무 활활 타오르는 것은 또 그만큼 금세 차가워짐을...어쩌면 작은 온기가 더 오래 갈 수도 있음을 생각해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아...브런치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