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엉뚱한 다짐을 해서 아기자기하게 자신의 삶을 바꿔가는 어느 일본영화의 여자 주인공처럼( 일본제와 일본 문화 안좋아하지만 웬지 이건 일본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어느날 갑자기 나의 삶을 정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헐리우드 식으로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것도 아니고, 그 보다 더 과격하게 발리우드 영화식으로 뚜루뚜뚜 짠! 변하는 것도 아닌, 내 유년시절에 가슴 떨리게 보았던 그냥 아오이 유우의 허니와 클로버,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카모메 식당? 과 같은 느낌의 소소한 기분좋은 변화를 하고 싶었다.
가끔씩 바깥 음식 많이 먹다보면, 몸이 찌뿌둥하고 무거워져서 집밥으로 디톡스를 하고 싶듯이, 푸릇푸릇한 야채 샐러드로 내 몸에 낀 독소와 기름기를 깨끗이 닦아내듯이, 내 삶에 리셋까지는 힘들더라도
한번쯤 기름기와 독소, 묵은때를 긁어내고 리프레쉬하게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러한 결심을 더욱 굳히게 해준 것은 이사였다. 낡은 곳에서의 삶과 묵은때가 질릴때쯤 한번씩 지금까지의 삶과 묵은 물건을 정리하고 떠나는 이사는, 어쩌면 여행 만큼이나 삶의 활력소가 된다.
지금까지 살던 집은 워낙 오래된 집이라, 정리하고 꾸며도 태도 안났다. 전 주인의 전 주인의 전주인들의 취향까지 합쳐져 나를 압도하는 바람에 나의 취향과 감성은 펼쳐볼 생각조차 못했다. 여지껏 나만의 작은 방에서조차 진정 나만의 라이프스타일 나만의 방식을 누려보고 산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이 엄마의 가성비주의 하에서 결정되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번에는 제법 깨끗하고 도화지 같은 곳으로 이사가기 때문에 나만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보고 싶었으나..............
그러나..... 평수가 많이 작아지는 관계로 나의 취향을 살린 인테리어 가구배치를 폭넓게 실현시킬 수 있는 여건은 못된다. 남들의 아무도 못믿겠지만 내 깊은 내면에는 초 극 미니멀주의자의 은밀한 욕망이 꿈틀되고 있어서, 원래가 집에 아무것도 두지 않고 텅빈 충만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지만, 나만 혼자사는 것도 아니기에 이러한 내 꿈은 극히 실현되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외적인 요소와는 별개로 이사를 기점으로 내 내면에 있어서의 변화를 꿈꿔본다. 내 내면 또한 기름기를 닦아내고 뜨거운 스팀 물줄기로 묵은 때는 날려 뽀송뽀송하게 걸레질을 하고 말갛게 햇볕에 말려보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나는 '정제'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내 삶의 엑기스만 남길 수 있도록 묵은 마음의 찌꺼기와 라이프스타일을 날려버릴 수 있도록..오늘도 나는 정제법을 탐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