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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시월 Sep 20. 2017

가라앉은 마음

책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의 명성은 들었지만 그의 책을 읽은 적은 없었다. 단편집은 어떤 작가의 세계에 살짝 발을 담가보며 나와 공명하는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표제작 <그저 좋은 사람>은 물론 좋았지만,

내 마음을 뒤흔든 건 <헤마와 코쉭>이었다.


까페에 걸려있는, 파도가 이는 바다로 들어간 남자의 뒷모습을 찍은 흑백사진을 보니 그 이야기를 읽었을 때의 마음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헤마와 코쉭은 사랑이야기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도인 이민자 가정의 아이 헤마와 코쉭은 부모님들의 인연으로 만나게 된다. 인도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인도로 거처를 옮겼던 코쉭의 부모님이 미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하면서 그들이 취향에 맞는 집을 고르기(!) 위해 헤마네 집에 잠깐 머무르게 된다. 그 한 달 남짓한 시간은 헤마와 코쉭의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헤마와 코쉭의 이야기를 인도인 이민자 2세, 사랑과 결혼, 죽음 등 여러 가지 층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모든 분석은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큼 빛나지는 않는다. 이 소설이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것 말이다. 부작용은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한참을 가라앉은 마음에 갇혀 허우적거리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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