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에세이
"너는 왜 나를 못 믿니?"
곧잘 하게 되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몸짓으로, 눈짓으로는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다.
정말 많은 것들을 그냥 믿고 살아가지 않으면 하루도 지나기 전에 지쳐 쓰러져 죽을지도 모른다.
범죄의 가능성에서부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변치 않았는지까지...
사실, 세상에는 아무것도 믿을만한 것이 없다.
믿는다는 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뭔가를 100% 안다는 건 불가능하다.
모두가 겪는다는 탄생과 죽음조차,
우리는 그게 일어난다는 것을 알거나 보거나
겪을 뿐 정확히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게 너무나 불안하기 때문에,
우리는 절박하게 그냥 믿자고 한다.
얼마 전에 큰 병원을 다녀왔다.
드라마에 나오는 대학병원을 보자 그날의 느낌이 선명하게 살아났다.
나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라도, 병원에 환자로 들어선 순간부터는 무조건 의료진을 믿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믿는다는 건 말장난같이 들린다.
하지만 매일같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너를 믿는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를 믿으라고 하며
의심과 불안을 꾹꾹 누른다.
믿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를 믿지 않고서는 공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믿기로 한다. 살아가기 위해서.
믿지 않고 그 모든 의심과 불안을 확인하려 한다면 그 사람의 세상은 멈춰버릴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몸짓으로, 눈짓으로 말한다.
"너를 믿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