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에세이
스타벅스에서 <조선의 딸, 총을 들다>를 읽었던 날이 생각난다.
제각각 테이블 앞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 사람도,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있던 평일 오후였다.
책을 읽다가 울컥, 하고 눈물이 날 뻔해서 얼른 커피를 삼키며 울지 말아야 하는데... 했었다.
결국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비교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고문에도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에게 가해진 고문의 비열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몰랐다.
모든 책에서 만나게 되는 건 아니지만,
첫눈에 반하기라도 한 것처럼,
책을 읽고 나서 계속 떠올리게 되는 페이지가 있다.
그 책에서는 무력 항쟁을 했던 여성 독립군들의 명부가 쓰여있던 페이지를 잊을 수가 없다.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여성들이 많았다.
내 눈을 사로잡은 건 그들의 이름 옆에
복사 붙여 넣기라도 한 것처럼 주르륵 쓰여있던,
독립군인 누군가의 딸이라는 기록이었다.
왜 그 기록이 계속 떠오르는 건지를 생각해봤다.
그들의 나이가 너무 어려서였을까?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삶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인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들로 태어난다.
그리고 가끔은 그 사실이 삶 전체를 정해버리기도 하는 것 같다.
가족 전체가 독립운동에 뛰어든 집안의 개개인들은 각자 어떤 마음으로 그 삶을 받아들였을까...
평온하게 한국어로 대화가 오가던
그날의 스타벅스 안 풍경이 있기 위해서,
보내진 험난한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삶은 시간 보내기라고 생각한다.
그러해서 내뜻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유가 사람에게 허락된 최고의 호사라고 여긴다.
내게 허락된 호사의 길이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이 고맙고 소중하다.
시간 보내기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