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에세이
예전에 어떤 소설에서 창문을 열면 바로 앞 건물의 벽이 보인다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내가 사는 곳도 그러하다. 하늘을 보기가 힘들다.
사생활 보호를 걱정하면서도-한국에서는 불가능한 것 같지만-가끔 창문을 열어놓는다.
아주 조그만 바람 때문에.
불볕더위 때문이든 팍팍한 살림살이 때문이든
마음이 꼭 막힌 것 같을 때,
나를 살려주는 건 조그만 바람이다.
그 바람은 때로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다정한 말 한마디이거나,
몇십 년을 자라서 울창해진 나무이거나,
좋아하는 노래가 까페에서 들려오는 우연이다.
어쩌면 때마침 그때 바람이 불어왔던 건 내가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느 것 하나라도 붙잡고 하루를 더 버티기 위해서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조그만 바람을 한가득 들이마시고 숨을 틔우고 싶었던 것 같다.
허풍선이가 되어 떠다니듯 살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사라지고는 싶지 않은 마음에 부는 조그만 바람.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그게 전부였던 것 같다.
내 마음에 숨을 틔어주려고.
내게 조그만 바람이 되어주려고.
그걸 오래 잊고 있었다.
글은 읽는 사람이 있어야 살아나지만 쓰는 사람이 있어서 존재한다는 단순한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