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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시월 Feb 09. 2019

앤트러사이트 서교점

커피 공간


번잡한 망원역을 나와서 '창작과 비평'사 건물을 지나면 단독주택 같기도 하고, 건축사무소 같기도 한 2층 건물이 보인다.

멋지다... 저런 집에 살면 좋겠다. 그런데 앤트러사이트는 어디 있는 거야? 하며 두리번거리다가...

이곳이 내가 찾던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임을 깨닫곤 한다.

자주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여기 드나든 지 좀 됐는데도 매번 가게를 그냥 지나칠 뻔한다.

내가 길치이긴 하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다!




눈에 띄는 입간판이 아니라 돌담에 써붙인 명패. 이쁘다.


<앤트러사이트>는 그곳에 그 까페가 있음을 알고 가야 알아볼 수 있는 까페다.

연희점에 갔을 때는 그곳이 까페가 맞냐고 바리스타에게 물어보는 분들을 본 적도 있었다.

누구나 보면 '아, 까페구나.' 하고 들어가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까페도 좋다.

하지만 가끔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러서 어떤 원두를 고를지 바리스타의 안내를 받는 까페에 가고 싶다.

메뉴판을 읽지도 않고 자리에 앉아 "여기, 커피 둘!" 하고 바리스타를 채근하는 손님들이 없는 곳 말이다.

그럴 때 생각나는 곳이 앤트러사이트다.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은 '여유'가 모티브인듯한 공간이다.

나무와 석재로 이루어진 인테리어와 앤트러사이트 특유의 널찍한 홀 구조, 바리스타와 손님이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어우러져 여유가 만들어진다.

주문을 받을 때도 아무리 줄이 늘어서 있어도 바리스타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손님의 질문에 찬찬히 답한다.

다른 까페보다 주문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리지만 내 급한 성격이 차분해지는 효과(?)가 있다.

'내가 마실 음료를 정성껏 고른다'는 느낌에 기분도 좋아진다.


천천히 주문을 하며 조금 느긋해진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본다.

앤트러사이트는 조명을 다소 어둡게 하는 편이다. 낮에도 바 자리가 아니면 책을 읽기에는 어둡다.

실내가 어두워서 크게 나 있는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정원 풍경이 마치 그림처럼 보인다.

나무로 인테리어가 된 실내 전체가 액자틀이 된 것 같다.

음악을 틀어놓지 않아서 유리창을 열어놓는 여름이나 가을밤이면 바람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앤트러사이트는 지점들마다 음료와 디저트 구성이 다르다.

그리고 같은 지점이라도 메뉴판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융/페이퍼 드립 커피와 모카포트 커피/라떼는 늘 있다.

서교점은 시간이 걸리는 추출법의 음료가 많다.

늘 모카포트 라떼만 마셔서 잘 모르겠는데, 모카포트 커피는 새로 생긴 메뉴 같기도 하다.

라떼는 모카포트로 만드는 라떼 한 가지인데 선택할 수 있는 원두는 변동이 있다.

과일향이 올라오는 산미와 꼬소한 우유의 맛을 좋아하는 분은 '공기와 꿈'을 추천드린다.

가격이 다소 사악하다... 는 느낌이 들지만 다행히 아메리카노로 리필이 가능해서 두 잔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마신다.

이 공간에, 이 커피... 돈이 아깝지 않아! 하고 한 잔 더 주문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




기본적으로 커피가 연해서 하루 커피 1잔이 정량인 내가 여기 커피는 세 잔까지도 가능하지 싶다. 리필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겨울 시즌 메뉴라는 말차 크림도 맛이 궁금하다.



최근에 방문했을 때 보니 위스키도 메뉴에 들어와 있었다.

이곳 아이스 드립 커피를 내주는 방식이 마치 위스키 온 더 락 같아서 어쩐지 까페에서 위스키를 판매한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야 들어왔어? 그런 느낌...

가을밤에 창문 열어놓고 위스키 한 잔 마시며 나누는 대화는 운치 있을 것 같다.

추운 겨울에 밖에서 떨다 들어와 따끈하게 한 잔 마시는 것도 좋겠고...







 

 

주문할 때 메뉴판 옆에 있는 안내서(?)이다.

다들 꽤 잘 지키고 있어서 아무래도 소음을 내는 것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아무것도 거슬리는 것 없이 커피를 즐기고 싶은데 집 밖에 나가고 싶을 때 여기가 생각나는가 보다.




앤트러사이트는 시작점이 된 합정점부터 다녔었는데, 그곳 특유의 매력이 있긴 해도 서교점과 연희점을 다니고 나서부터는 잘 가지 않게 되었다.

나는 화장실에 집착하는 사람인데 합정점 화장실은 지저분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 큰 건물에 하나뿐이어서...ㅠㅠ

서교점의 화장실은 아름답다. 넓고 쾌적하고 칸도 몇 개나 되고, 인테리어도 놓치지 않아서 커다란 나무문과 벽돌벽의 조화가 멋스럽다.

서교점의 나무로 만든 마룻바닥을 걸어 다닐 때처럼 화장실에 들어서며 행복해진다.

화장실에는 해우소라는 이름도 있지만... 그런 의미의 행복은 아니고...


연희점 화장실은 서교점 화장실처럼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지만 좋았던 것 같다. 모던한 인테리어였다.

앤트러사이트 인테리어는 대부분 모던한 컨셉인데-제주점은 가보지 못했다. 가보고 싶다...-서교점은 나무를 더해서 포근한 느낌이 든다.



외갓집에 있는 옛날식 나무계단도 있고...

bar 좌석만 있는 1층, bar 좌석과 테이블 좌석이 있는 2층, 그리고 3층까지-3층을 안 올라가 봤네-있고,

테라스 좌석도 있어서 주말에 가도 만석인 적은 아직 없었다.

테라스 좌석에도 앉아보고 싶은데 테이블 없는 좌석은 뭔가 불안해서 앉던 자리에 가게 된다.

bar 자리만 조명이 밝아서 혼자 책을 읽거나 할 때는 거기 앉았는데 테이블 자리보다 딱히 더 좋거나 한 건 몰랐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바리스타분이 커피 내리는 위치 맞은편에 앉았다가 모카포트에서 나는 커피 향, 드립을 내릴 때 들리는 소리가

음악 없는 까페의 멋진 배경음이 되어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자리는 늘 비어있지 않았나 보다ㅋ





숲과 나무가 그리워지고 맛있는 커피가 간절한 날... 조용히 할 일에 집중하는 바리스타와 손님들이 자리한 까페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작은 사치.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에서 보냈던 좋은 시간을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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