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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꽃잎 Apr 12. 2024

번아웃보다 무섭다는 그것

의미를 찾지 못하는 보어아웃(bore-out)

  안정성과 워라밸에 끌려 선택한 '공무원'이라는 직업. 

  초반에는 적응하느라 부지런히 다니고 퇴근 후 취미생활도 즐겼다. 러나 5년 차가 지날 때쯤 '번아웃'보다 더 무섭다는 '보어아웃(bore-out)'을 겪게 되었다.


보어아웃(bore-out)이란?
직장생활 속 지루함과 단조롭게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 의욕이 상실되는 현상.
주로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거나,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지속하는 경우에 쉽게 나타난다.
 


   을 읽다가 보어아웃이라는 말을 발견했을 땐 '어쩜 나의 상태를 이렇게 딱 잘 설명하는 단어가 있을까' 하고 감탄하고 말았다.

  성에 이끌린 영혼 없는 출근. 일이 하기가 싫고 대충대충 하게 되었다. 애초에 적성이나 흥미를 고려해서 선택한 직업이 아니어서일까. 아무리 계속해도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더 커져만 갔다.

  공무원은 순환근무를 하기 때문에 업무가 금방 바뀌는 게 그나마의 지루함을 덜어줄 수 있다. 하지만  틀에서는 계속 반복되는 업무였기에 결국 질려 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 일로서 내가 성장한다거나 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거대 조직의 한 부속품으로서 잘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느낌. 나만의 커리어가 쌓인다는 느낌보다 세월에 따른 호봉이 올라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게 과연 맞는지에 스스로 대한 의문도 커져 갔다.


  나에게는 퇴근 후 다양한 취미생활 직장생활의 매너리즘을 이겨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한 때 '댄스'에 한참 빠져 있었던 적이 있었다. 퇴근하자마자 댄스연습실로 달려가는 나를 본 엄마가 "우리 딸은 본업이 댄서고 부업으로 공무원 하는 거 아니냐" 농담을 하신 기억이 난다. 그 정도로 열정적으로 취미생활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취미생활이 재미있고 해도 하루에 꼬박꼬박 9시간이 할당되는 본업을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기 계발을 위해 자격증도 따보았다. 민간자격증, 국가자격증을 가리지 않고 흥미로워 보이는 것들을 골고루 땄다. 자격증을 따는 과정에서 많이 배우기도 하고, 특히 일에서 얻기 힘들었던 '성취감'도 느꼈다. 물론 본업 특성상(?) 커리어에 도움이 되거나 업무에 연결하여 활용하기에는 어려웠던 것은 아쉬움이 남았다.

  

  한편 직장 내에서도 매너리즘을 이겨내기 위해 작은 노력을 해보기도 했다. 예를 들어, 무려(?) 불합리한 조직 문화를 개인적으로 개선해 보려고 소심하게 반항해보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일개 말단 공무원이 거대한 조직 문화를 바꾸기커녕 틈을 내는 것조차 어려웠다. 바꿀 수 없는 현실과 반복되는 업무 속에 권태와 우울이 자꾸만 쌓여 갔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늘품(* 앞으로 좋게 발전할 품질이나 품성) 없는 공무원 생활.  고민 끝에 나는 '휴직'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집어 들었다. 나 자신을 돌면서 새로운 길 모색해보고 싶기 때문었다. 나는 소심하고 걱정도 많 인간인 데다 쓸데없이 현실적이어서 직장을 바로 그만둘 큰 용기까지는 없다.

   어쨌든 직장을 바로 그만두지 않고 '휴직'이라는 유예 제도를 쓸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 같은 방황으로 나의 '슬기로운 휴직생활'이 시작되었다. 휴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앞으로의 6개월은 내가 좋아하는 일로만 부지런히 채우는 꿈만 같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착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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