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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당 노동자 Oct 31. 2019

노동자도 NPC가 아닌 '사람'입니다.

정의당의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면, 각 부서로 연결을 할 수 있는 안내 멘트가 나온다. 그 안내 멘트를 따라 원하는 부서로 전화를 걸면, 전화를 받는 이들은 모두 당에서 일하는 사무처 당직자(회사로 치면 일반 직원)들이다. 





나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도 하고, 당에 소속되어 있는 일원임을 떠나 일개 개인이기 때문에 전화까지 해 줄 정도로 관심을 가져주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도 있고, 전화 너머 상대방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며 공감을 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소중한 의견들, 쓴소리 일지라도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들은 모두 잘 들어두었다가 관련 부서 등에 전달을 꼭 드리고 있다. 그런데 속상한 점은 사실 내가 받는 전화의 20% 정도가 그러한 내용이고, 80% 정도의 전화는 나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전화라는 것이다.


일방적인 욕설, 성적 모욕을 담은 발언, 괴롭히기 등. 당이나 정치에 대한 건강한 의견 전달이나 비판 따위가 아닌, 당이라는 이름 아래 일하고 있는 노동자에 불과한 '나 개인'을 향한 일방적인 인신모독에 해당하는 내용들. 이들은 내가 어떠한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같은 '사람', 일개 '개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전화받는 역할 수행 중인 일종의 게임 속 NPC처럼 여기는 것 같다. 





그나마 정도가 약한 것은 "이 통화는 녹음 중입니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로 넘길 수 있지만, 정도가 매우 지나친 것들은 겪고 나면 눈물이 핑 돌고 손이 덜덜 떨리기까지 할 때도 있었다.(그래도 많이 익숙해졌다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무감각해지진 못 했다.) 나는 NPC가 아닌 사람이니까.


"전화기 뒤에 사람 있어요!" 외치고 싶은 그런 순간들을 겪을 때마다 각종 노동 현장의 서비스직 노동자들, 콜센터 직원들의 감정노동의 고통을 생각하게 된다. 또 수백, 수천 명이 남긴 자신을 향한 모욕성 악플들을 보고 상처 입을 이들도.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되지 1년이 되었다. 그런데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노동자의 경우 최고 62%, 남성노동자의 경우 최고 42%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심리적 치유가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법이 시행되지 않았을 당시의 조사 결과와 비교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결과다. 




이 같은 문제의 개선을 위해서는 회사의 책임 있는 법 적용과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개인의 인식 개선과 반성이 병행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인간은 모두 사회적 동물이므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만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서로를 조금만 배려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여기는 게임 속 세계가 아니다. 그러니 내가 아닌 타인 역시 NPC가 아닌 사람이다. 그러니 누구라도 자신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을 수도,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있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언제나 인지하고 행동한다면,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전화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건강한 쓴소리도 언제나 고맙습니다. 저마다 다른 가치관과 생각도 모두 괜찮습니다. 그러나 사람 VS 사람의 관계로 이름 모를 누군가를 존중해주기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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