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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당 노동자 Nov 25. 2019

세월호 기억공간 옆, 태극기 시위를 보며





광화문의 세월호 기억공간 바로 옆 태극기 시위 광경


토요일, 광화문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바로 옆에선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시위가 한창이었다.  

   

세월호 기억공간과 함께 있는 김용균 노동자 추모공간은 펜스로 둘러쳐져 있었고, 펜스 앞은 경찰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

     

세상을 살다보면 사회 속의 아주 많은 양면성을 목도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이 공간 역시 양면적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 참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화도 났다. 수많은 장소가 있을 텐데 꼭 바로 여기 옆에서 이래야만 하나?     


내가 그 양면적인 공간에 서서, 씁쓸함을 느낀 것은, 이것이 정치적 양면성의 광경이기 보다는, ‘보편적 인류애’의 문제를 드러내는 광경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높이고, 정권과 대립했다는 이유만으로 세월호 유족들에게 ‘정치적이다’는 비난을 일삼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들의 일련의 행동은 그저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그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인 그저 보통의 인간의 행동일 뿐이었다.     


곱게 키워 수학여행을 보냈던 자신의 아이가 여행길에서 목숨을 잃었다. 자식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유가,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구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아야만 하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어떤 부모라도 그리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진실을 알지 못 하도록 감추고 탄압하니 목소리를 높이게 될 수밖에 없는 모습을 자식 잃은 부모의 처절함이 아닌 정치적인 행위로 읽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위를 하던 이들이 기억공간으로 찾아와 유족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일도 종종 있다고 했다. 유족들에게 "너희 때문에 대통령이 하야하고 감옥에 들어갔다"며 고함을 지르는 경우도 많다고.      


그럴 때면 억울함이 든다며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탄핵 당시 판결문에는 그 사유로 세월호에 대해 있지도 않았다. 기타사유로 아주 조그맣게만 참고 자료 수준으로 들어갔을 뿐이다. 아니, 그러면 다른 것 때문에 탄핵 된 건데... 왜 우리 때문이라고 그러는 것인지."       


쓴 웃음을 지으며 이런 얘기를 하기까지 유족들의 상처가 얼마나 덧입혀져서 결국 굳은살이 생긴 것일지는 모를 일이다. 감히 헤아리지도 못하겠다. 우리와 대화를 나눈 장훈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모든 어금니가 없었다. 본인뿐만 아니라 유족들 중 치아가 성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인간이 정신적으로 강한 스트레스를 겪게 되면 가장 먼저 치아가 빠져나간다고 한다.      


기억공간 내부에 있는 세월호 추모 그림을 어루만지고 있는 장훈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자식을 잃고, 다들 치아가 빠져나간 채로 그렇게 살고 있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을 방문하여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에 참여하는 등 세월호 유가족 위로 행보를 잇따라 보였던 바 있다. 이것은 보편적 인류애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카 퍼레이드를 하던 중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 씨를 위로하고 있다. (교황방한위원회 제공)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니, 태극기를 흔들든, 성조기를 흔들든(사실 한국에서 왜 다른 나라의 국기를 흔들며 시위를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시위하는 것 자체를 하지 말라고 감히 얘기할 생각은 없다. 양면성은 언제나 존재해 왔고, 사라질 수가 없는 사회의 한 특성인 것도 잘 안다. 


그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의 손을 어루만졌던 모습을 보았을 때처럼, 그저 우리 사회가 보편적 인류애만은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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