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자회사에 고용된 청소노동자의 비명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일 만에 첫 대외 활동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습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전부 정규직이 되고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2024.08.28. 한겨레 “인천공항 확장 청소노동자의 비명, 매일 변기 600번 닦다 관절염…인천공항 청소 노동 신입 줄퇴사, 민씨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소속 청소 미화 노동자다.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에 있는 약 20m 길이의 화장실 두곳이 그의 일터다. 아침 7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50m 거리에 위치한 화장실에서 그는 소변기 23대, 양변기 22대, 세면대 8대를 쉴 새 없이 닦는다. 민씨는 이날 오전 근무시간 동안 화장실 두곳을 8차례 오갔고 약 8천보를 걸었다. 민씨와 동료들은 미리 정해진 오전, 오후, 야간 근무조에 따라 주 5일 매일 8.5시간씩 근무한다. 민씨는 이곳에서 일한 지 5년이 넘었다.”
한겨레 기사에 등장한 인천공항운영서비스는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에 따라 2019년 1월에 설립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입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의 환경미화, 교통, 공항운영, 관리 등에 관한 사업을 주력으로 합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2021년 매출액 1,191억원, 영업이익 2억원, 순이익 10억원입니다.
2017년 비정규직 선언의 목적이 민간사업자의 사업영역을 공공부문의 중견 자회사가 차지하면서 10억원의 순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인천국제공항은 아웃소싱 시장의 큰 고객으로 민간사업자들의 큰 관심사였습니다.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민간사업자의 사업을 공공부문 자회사가 하고 있는 지금은 청소노동자의 근무환경이 대폭 개선되어 모두가 만족하고 있는 걸까요?
인천공항 노조에 따르면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중 99%는 자회사에 고용됐지만, 인천공항 정규직은 1년에 182일 근무하는 반면 자회사 직원은 243일로 1년에 61일 더 일하고도 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민간 아웃소싱 업체에서 인천공항자회사로 소속은 바뀌었지만 근로조건과 처우에서 차별은 여전한 걸로 판단됩니다.
인천공항의 한 자회사 관계자의 말이 기사에 실렸습니다.
“이전의 공항 시설 확장은 정규직 전환 전 이뤄져 인력 충원이 좀 더 유연했지만, 자회사 체제로 정규직 전환 뒤에는 그런 여지가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
인천공항 확장에 따른 인력 충원 요청에 공항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4단계 운영이 본격화되는 2025년 자회사 위탁계약은 올해 10월 중 이뤄지기 때문에 인력 충원 계획이 지금 당장 나올 수 없다”며 “다만 각 자회사에서 지난주에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수 있도록 2024년 위탁계약 변경을 요청해왔고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민간 아웃소싱 업체가 자회사로 대체된 것 말고 무엇이 개선된 걸까요? 정규직은 좋고 비정규직은 나쁘다는 도덕적 인식으로 접근한 결과입니다. 민간 아웃소싱 사업은 위축된 만큼 공공부문 자회사가 성장했으며 인천공항 청소노동자는 여전히 고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