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 가는 2차

방에서 노는 회사원들

by FM경비지도사

마담의 안내를 따라 들어간 방 안에는 디귿자 모양의 소파가 있었고, 가운데는 직사각형의 대리석 테이블이 있었다. 장윤섭 상무가 안쪽 상석에 앉고 고윤태 과장이 상무의 오른쪽에, 나는 왼쪽 입구 쪽에 자리 잡았다. 장윤섭 상무의 정면에는 벽걸이 텔레비전이 붙어있었고, 그 옆에는 소변기만 있는 화장실이 있었다.

“고 과장이 예전에 다니던 곳이 여기라고?”

장윤섭 상무가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다가 고윤태 과장에게 물었다.

“아, 네 진덕개발 직원들이랑 가끔...”

고윤태 과장이 말끝을 흐렸다.

“상무님, 안녕하세요, 선영이라고 합니다.”

마담은 상석에 앉은 장윤섭 상무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했다.

“아~ 네, 우리 고윤태 과장을 잘 아시나 봐요?”

장윤섭 상무가 고윤태 과장과 마담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고 과장님이요? 호호호호호~ 밖에 언니들 대기 중인데 들여보낼까요?”

고윤태 과장을 한 번 쳐다본 마담이 말을 돌렸다.

“고 과장, 이제 당신이 알아서 해, 난 여기 처음이라 잘 모르겠네.”

장윤섭 상무의 말이 끝나자, 고윤태 과장은 마담한테 눈짓했고 마담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얘들아! 초이스 하자~”

마담의 말이 끝나자 투피스 차림의 젊은 여성 5명이 들어와서 나란히 섰다.

“안녕하세요, 미연이요.”

젊은 여성들은 들어온 순서대로 짧게 인사했다.

“상무님, 들어온 순서대로 1번부터 5번입니다. 상무님이 먼저 초이스 하셔요~”

마담이 장윤섭 상무를 보며 말했다.

“고 과장이 알아서 하라니까~”

장윤섭 상무의 말이 끝나자, 고윤태 과장이 마담을 보며 말했다.

“1번부터 순서대로요”

“네~ 알겠어요, 1,2,3번 자리에 앉자~”

마담이 말을 마치자 젊은 여성 중 두 명이 나가고, 남은 세 명의 여성은 남자들의 옆자리에 가서 앉았다. 1번이 음료수 잔과 술잔을 세팅하고 2번은 통과일을 집어 들고 과도로 깍았다. 3번은 임페리얼 뚜껑의 비닐을 벗겼다.


“자네들, 회사 직원들한테 말실수 한 거 없나?”

술잔이 몇 순배 돌아가자 장윤섭 상무가 용건을 꺼냈다.

“네?”

고윤태 과장과 나는 동시에 대답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회사의 대표가 월급 사장이라서 회식이나 출장을 자주 다니며 회삿돈을 많이 쓴다고 자네들이 그랬다던데?”

장윤섭 상무는 좌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런 얘기 한 적 없습니다.”

고윤태 과장과 내가 동시에 대답했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경영지원팀장은 자네들이 회사에서 하는 얘기를 다 듣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돼, 그렇게 수집한 정보를 대표이사한테 수시로 보고하는 사람이 경영지원팀장이야”

장윤섭 상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오빠들 노래도 안 하고 일 얘기만 하고~ 재미없게~”

내 옆자리의 3번 여성이 투정하듯이 말했다.

“우리 이제 게임해요~”

맞은 편의 2번 여성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래, 하자~ 한 글자 게임으로, 걸린 팀이 벌주 마시는 걸로”

1번 여성이 아이템을 정했다.

“한 글자 게임은 뭐야?

내가 물었다.

”간단해요, 한 글자로 된 신체 부위를 돌아가면서 말하는 거요, 5초 안에 대답 못하면 당첨이요. 저부터 할게요, 오른쪽으로 돌아요“

2번 여성이 룰을 설명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손“

”발“

”눈“

”목“

순서가 두 바퀴 돌자 대답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나올 게 없을 것 같은데 우리 팀 차례였다.

”오빠, 빨리해 봐, 뭐 없어?“

내 옆의 여성이 보챘다.

”젖?“

머리를 굴리던 내가 말을 꺼냈다.

”젖은 아까 내가 했잖아!“

맞은편 2번 여성이 아까 했다며 퇴짜를 놨다.

”채 과장, 걸렸어, 벌주 한잔하지 그래?“

얼굴이 벌게진 장윤섭 상무가 웃으며 내게 말했다.

”아, 있다“

상무의 웃음에 자극받은 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있어? 오빠 뭐야?“

내 파트너가 내게 물었다.

”그거 있잖아, 질“

내 말이 끝나자 여성들의 눈이 커졌다.

”오오오오오오!“

눈이 커진 여성들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장윤섭 상무를 쳐다봤다. 다음 순서는 장윤섭 상무였고, 벌주는 그의 몫이었다.


한 시간 반쯤 지나자, 마담이 들어왔다.

“고 과장님, 재밌게 노셨어요? 술을 더 하실 건가요?

마담의 말을 들은 고윤태 과장은 장윤섭 상무의 의중을 확인한 후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 알겠어요, 좋은 시간 되세요.“

마담이 나가면서 장윤섭 상무 옆의 1번 여성에게 눈짓했다.

“오빠들, 이제 마무리할게요~”

1번 여성의 말이 끝나자, 고윤태 과장 옆의 2번 여성이 채정안의 ‘무정’을 선곡하고 볼륨을 높였다. 내 옆의 3번 여성이 벽면의 스위치를 돌리자 방 안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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