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의 근무조건과 환경은 모두 다르다
어린 시절에 많이 듣던 말 중 하나는 ‘유도리있게 해라’였습니다. 일본어 ‘유토리’는 여유를 말하며, 한국에서는 융통성으로 통했습니다. 현장과 본사를 오가는 경비지도사에게도 융통성이 필요합니다. 거래처마다 계약 금액에 따라서 경비원의 근무조건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장을 찾아가서 경비원의 얼굴을 마주하려면 박카스 한 병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박카스 한 병에도 마음을 담는다면 경비원을 격려하고 현장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편, 현장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회삿돈을 임의로 쓰는 건 곤란합니다. 매월 용역비를 청구해서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는 최소한의 월급과 관리비만 지출하려고 합니다. 본사에서 일하는 경비지도사는 각 거래처의 계약조건과 특징을 파악해서 현장을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접 인건비가 아닌 관리비를 현장에 집행하려면 적절한 명분과 당위는 필수입니다.
관리비를 사용하는 명분은 경비지도사의 ‘판단’보다는 고객의 ‘요청’이 적절합니다. 경비지도사는 고객의 요청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추가해서 품의서를 올리면 됩니다. 회삿돈을 쉽게 쓰려는 직원은 경영자의 눈 밖에 나기 쉽습니다. 박카스 한 상자를 살 때도 근거와 명분은 필요합니다.
저는 오래전 평택의 A사와 아산의 B사로 외근 갔을 때, 평택의 편의점에서 박카스를 사서 아산의 경비원에게 갖다주었습니다. A사의 경비원은 매사에 불만이 많았던 반면, B사의 경비원은 제가 하는 일에 협조를 잘하는 양반이었기 때문입니다.
평택의 편의점에서 사용한 법인카드 영수증은 평택 현장의 관리비로 제출했습니다. 평택의 A사는 적정가로 계약해서 관리비가 충분했지만, 최저가 입찰로 수주한 아산의 B사는 마진이 거의 없었습니다.
열악한 현장에 비용을 쓰겠다고 하면 회사의 사장은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진도 없는 곳에서 바라는 것도 많네, 그런데 쓸 돈이 어디 있나?”
현장 관리로 일정이 빡빡했던 저는 B사에 박카스를 지급하기 위해 품의서를 쓸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제가 품의서를 생략한 이유는 현장 관리에 필요한 ‘고육지책’이라고 생각했으며, ‘사리사욕’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현장을 관리했던 저는 그렇게 업무상 도리를 지키면서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