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씽킹> 베스트셀러

의미의 최종 편집권을 가지는 기쁨, 최혜진 지음

by FM경비지도사

[Book Review] 의미의 최종 편집권을 가지는 기쁨…최혜진 작가의 ‘에디토리얼 씽킹’ < 문화산책 < 시니어커뮤니티 < 기사본문 - 이모작뉴스


설 연휴를 보내고 휴일을 맞이한 필자는 하안도서관의 서가를 둘러보다가 한 권의 책을 골랐다. 필자의 눈에 들어온 책은 에디터 최혜진의 “에디토리얼 씽킹, 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의 창조적 사고법”(2024.05 터틀넥프레스, 초판 14쇄)이었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추천의 말이 먼저 나온다.

“저자가 삶을 통해 체화한 재치 있는 편집의 관점들이 녹아 있다.”라는 추천사가 나쁘지 않았고 추천사는 계속된다. “의미의 최종 편집권이 나에게 있다는 감각”, 이 짧은 문장은 강렬했고, 시민기자인 필자에게 거침없이 다가왔다. 4명의 추천사가 끝나면 책의 도입부에서 이 책의 정체를 밝혀준다.


“편집은 결국 의미의 밀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다. 데이터를 이야기로 바꾸고, 사실에서 통찰을 끌어내는 행위이다. ‘에디토리얼 씽킹’에는 우리를 더 높은 차원의 의미로 데려가는 힘이 있다.”

나에게 필요한 책을 잘 골랐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국판 크기에 221페이지로 구성된 이 책은 아담한 모양이지만, 명료한 내용을 정교하게 담고 있었다.

에디토리얼 씽킹 (사진 알라딘).jpg

이 책은 서문과 본문 사이의 “에디토리얼 씽킹을 시작합니다”라는 꼭지에서 편집자형 사고(思考)가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20년 경력의 에디터인 저자는 잡지 편집장을 거쳐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가지각색의 업무를 펼쳐나가는 ‘에디토리얼 씽킹’의 핵심 엔진이다. 필요에 맞춰 입력 재료만 바꾼다는 감각이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에디터의 가치를 확장해 온 작가의 노하우와 생각법을 책에 담았다.


12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에서 필자에게 가장 깊이 있게 다가온 건 8장 ‘프레임’이다. 저자는 ‘입장과 관점을 정하고 드러내기’라는 소제목을 놓고, 프레임이 어떻게 인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 독자에게 알려준다. 같은 정보도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저자는 현대미술가 이건용에게 커다란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이건용 작가는 장소와 의미가 어떻게 긴밀하게 관계 맺는지 보여준다. 단행본 책 한 권이 서점 매대에 있을 땐 상품, 유통 창고에 있을 땐 재고, 쓰레기장에 있을 땐 종이류 쓰레기, 공공도서관에 있을 땐 장서, 작가나 독자의 품에 있을 땐 작품으로 의미가 바뀌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렇게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정보의 의미를 유연하게 다룰 줄 아는 생각의 힘이 에디토리얼 씽킹이다. - 158P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정보의 의미는 필자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당시 필자는 이금희 작가의 북토크를 예약하고 작가의 책 “공감에 관하여”를 구입해 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필자가 산 책은 재고, 상품, 작품의 의미를 거친 후에 북토크에서 저자의 사인을 받고 새로운 가치를 더 할 수 있었다.


저자 최혜진은 20년 동안 일하면서 의미 없다고 느꼈던 재료나 나쁘게만 보였던 사건에서 좋은 메시지를 발견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며 책의 마침표를 찍었다. 책을 다 읽은 필자는 가격이 표시된 책의 뒷면을 보고 페이지 단가(PPP, PRICE PER PAGE)를 떠올렸다. 최혜진 작가의 책은 221페이지에 정가 20,000원으로 1페이지당 단가는 90원이었다. 같은 연식의 다른 단행본을 찾아봤더니 327페이지에 18,800원으로 페이지 단가는 57원이었다.


마트에서 파는 술의 가격 택(TAG)에는 정가와 별도로 100ml 당 단가가 표시되어있다. 상품마다 품질과 용량이 달라서 정가와는 별도로 하나의 기준을 정해서 표시한 것이며, 쇼핑에 참고가 되는 소비자 정보다.


그렇다면 책은? 책은 매일 신간이 쏟아져나오는 상품이다. 그런 면에서 책은 소비자에게 불친절하다. 눈에 띄는 진열로 독자의 관심을 끄는 반면, 상품의 가격정보는 소극적으로 노출한다. 위스키의 100ml 단가처럼 책도 페이지 단가(PPP, PRICE PER PAGE)를 표시할 수 있다.


최혜진 작가의 책에 빠져들었던 필자는 ‘에디토리얼 씽킹’으로 페이지 단가를 떠올렸다. 페이지 단가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아직 쓰이지 않은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페이지 단가의 의미를 최종적으로 편집한 건 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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