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4번 타고 검은베레모 쓰기
저는 1994년 12월 5일에 논산훈련소에 입소했습니다. 다가오는 12월이면 만 30년이 되네요. 대학교 2학년 때 친구들 따라서 휴학을 했더니 논산훈련소로 입소하라는 영장이 나왔습니다. 대방동의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영장을 받아보니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내가 정말 군대에 가는 건가?”
입영통지서를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방역에서 전철을 탔는데 두 세 정거장 가다보니 반대방향으로 잘못 탔습니다. 입대날짜를 받아보니 정신이 없었습니다. 장교나 하사관으로 가는 길은 생각도 못했고 친구 따라 휴학했다가 영장 받고 논산으로 가서 차인표의 동기가 되었습니다.
12월 5일 아침에 친구 2명이 저희 집으로 와서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함께 타고 논산으로 갔습니다. 폴라로이드 사진사가 돈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30년 전에 찍은 사진을 보니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저는 가성비 좋게 군생활을 했다는 얄팍한 군부심이 있습니다. 논산훈련소에 입소하고 2주가 지났을 때 저를 포함한 일부 훈련병은 신원진술서를 작성했는데 무엇에 쓰는 진술서인지 친절하게 알려준 조교는 없었습니다. 쓰라고 해서 썼습니다. 신원진술서를 작성하고 신원조회에 통과하면 정보사나 기무사로 간다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4주간의 기본훈련을 마치고 논산에서 기차를 탔습니다. 내린 곳은 수원역이었고 거기서 버스를 타고 가서 도착한 곳은 ‘절대충성 절대복종’을 커다랗게 써 붙인 매산리의 공수교육단 이었습니다. 교육단에 군장을 풀었지만 육해공군의 공수기본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단의 일정은 빡빡했습니다. 그렇게 2주 동안 대기하면서 복무기간을 차감했습니다. 대기병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끝이 나고 95-3차 공수기본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초체력훈련과 막타워 훈련, 자격강하 4회를 마치고 검은베레모를 받았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 에는 서울, 부천 등의 수도권에 있는 공수여단이 등장합니다. 서울에 살던 저는 내심 가까운 곳으로 배치되기를 기대했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가장 멀리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기대를 하면 실망하기 마련입니다. 전남 담양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사진 속의 친구는 95년 1월에 해병대에 갔습니다. 포항의 훈련소에서부터 조교들한테 얻어맞았던 그 친구에 비하면 저는 편하게 지냈습니다. C-130에서 낙하산를 메고 점프도 해보고 검은베레모를 쓰고 다녔으니 그럭저럭 할 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