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참아 볼 걸 그랬나?

by 이양고

나는 인내심이 강한 편이다. 뭐든 잘 참아낸다. 아픈 것도, 슬픈 것도, 누가 날 괴롭히는 것도 무던한 노력으로 참아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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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잘 참아내는 나는 '나만 참으면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참고 참아내다가 언젠가 끈이 끊어지듯 참고 있던 것을 아예 잘라버린다. 조물조물 만져서 모양을 잘 잡아주면 더 이어나갈지도 모르는 인연을, '인내'라는 노력으로 충분히 견뎌왔다고 생각하며 돌아보지 않고 잘라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잘라내버린 인연들이 많다.



참는 것이 익숙했던 나

인간관계가 가장 어려웠던 나는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늘 무던히 노력했다. 무례한 말에도 웃어넘기려 했고, 화가 나는 일에는 몇 번이고 스스로 되물으며 '화를 내도 되는 일인지' 자기검열을 통해 화를 삭혔다.

그렇게 참고 참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이렇게까지 참아낼 필요가 있는 관계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만의 한계를 정해놓고, 그 한계를 넘으면 어느 순간 연락을 끊거나 만나지 않는 방식으로 인연을 끊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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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를 이해하기로 했다

인정한다. 인간관계를 너무 크고 뜨겁게 생각한 어린 내가 미숙하게 행동했다는 것을. 그리고 또한 이해한다. 그때의 나는 누군가에게 미움받기가 죽기보다 싫어서, 차라리 잡은 손을 내가 먼저 놓아버리는 것이 마음 편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그렇게 겁이 나서 의사소통도 해보지 않고 섣불리 잘라냈나 후회스럽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위태로웠다. 누군가 내 마음을 휘저으면 뿌리째 흔들릴 것처럼 약하디 약한 상태였다. 가난했고, 미래는 안 보였으며, 내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긴장하고 있었으니까.

그때는 그게 맞았고, 지금은 그것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그때의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그저 나를 지켜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 더 단단해진 지금의 나는 안다. 그때의 나는 미숙했고, 지금의 나는 성숙해지는 과정이라는 것을.

지나가버린 인연들에 대해 연연할 필요 없다. 그저 그렇게 지나갈 인연이었을 거라는 걸 지금의 나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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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참아볼 걸' 하는 몇 명의 인연들이 있다. 두세 번의 대화만 더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오해가 풀렸을지도 모르는 그런 인연들. 조금만 더 용기 내 손을 뻗었으면 맞잡은 손을 놓치지 않았을 텐데, 그 당시의 나는 팔을 뻗기 힘들 정도로 스스로를 파먹고 있었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있었고, 그저 모든 것이 다 의미 없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2년 전 카톡방에서 찾은 후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것은 퇴사를 앞두고 수많은 단체 카톡방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카톡방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날짜를 보니 2년도 더 된 메시지였다.

그때의 나는 마케팅 업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지독히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마음이 너덜너덜해져 있는 상태였고, 먼 타지에서 본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던 친구는 생겨나는 주위 변화들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던 참이었다.


나는 나대로 혼란스러워하고, 그 친구는 그 친구대로 소용돌이 속에 있었으니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평소와 달리 그 친구가 하는 푸념을 다소 차가운 태도로 받아쳤고,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그 친구는 내 태도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


그저, 그뿐이었다.


그 후로 2년이 넘도록 연락하지 않고 있다. 생각해보면 정말 별거 아니었다. 그 친구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으니 친구인 내게 푸념을 늘어놓았던 것뿐이고, 나는 그 친구에게 내 상황을 제대로 말하지 않았으니 그 친구가 몰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말 걸, 이제 와서 생각한다. 나도 이러이러한 일이 있어서 요즘 마음이 좀 힘들다고 말이라도 해볼 걸. 나답지 않게 차가운 말로 거리를 두지 말 걸. 조금 더 참아볼 걸 그랬나?

2년이 지난 후회를 한다.



이제는 다정했던 나로 돌아갈 시간

괜찮다. 퇴사를 하고 마음이 좀 괜찮아진 어느 날에 그 친구에게 아무렇지 않게 먼저 손을 내밀 용기가 이제는 생겼으니. 회사 때문에 없어졌던 여유, 퇴사하고 되찾을 테니.




다정하고 섬세했던 나로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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