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미워하다 보면

사랑보다 미움이라는 감정이 더 뜨겁게 느껴질 때면

by 이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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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미운 감정이 들 때가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이유가 있었겠지 이해하려 노력한 게 한계치에 도달했을 때 누군가가 미워진다. 나는 이만큼 노력했는데 왜 너는 티끌만큼도 노력하지 않아? 묻고 싶을 때, 내가 뭘 잘못했기에 나한테 그랬냐고 따져묻고 싶을 때 상대방이 참 밉다.


살다 보면 모두를 다 안아줄 수 없고, 다 포용할 수도 없다지만 큰 실망은 대체로 내가 마음을 쏟은 이에게서, 정성과 애정을 쏟은 이에게서 되돌려 받았다. 한두 번도 아닌데 매번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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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도 애정에서 나온다

나는 미움도 애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미워할 때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감정의 맨바닥에서 미움을 키워나갈 수도 있지만, 나는 적어도 누군가가 미울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속이 상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문득 떠오르는 좋은 시절들이 가끔 큰 가시가 되어 나를 찌를 때가 있다. 그 좋았던 시절을 기억에 두고 저만치 변해버린 상대방이 너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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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었던 상처, 그리고 가스라이팅

아주 예전에 내 마음을 크게 상하게 만든 이가 있었다. 그 사람이 내게 소중했던 만큼 상처는 깊었고, 그 일 이후로 한동안 삶의 태도가 어두워졌을 정도로 오래 아팠다. 나를 아프게 한 그 사람도 모종의 이유가 있었을 테지만,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을 테지만 잘잘못을 따질 새도 없이 나는 그에게 큰 상처를 받아야만 했고, 그 상처 때문에 나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꾸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벌을 받은 기분이었다.


오래 아팠던 것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고 따져묻고 싶지도 않게 그 사람을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걸 지금의 나는 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에게도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나도 무언가 잘못했을 거라고 나를 미워하는 그 마음까지 포용하고자 했고, 그건 내 마음을 더 크게 다치게 하는 일이었다. 한동안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휩싸여 가시 돋힌 얼굴로 살았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나를 사랑하는 이들의 열렬한 응원과 적극적인 지지를 통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었다. 괜찮아지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나의 애정을 무기로 그 사람이 나에게 저질렀던 건 '넌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야'라는 가스라이팅이었다는 걸.


더 단단해진 내가 되어 그때의 나를 돌아보니 그가 나를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애정이 부족한 내가 그에게 목맸기 때문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나를 아무렇게나 방치한 시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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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

한참을 곱씹고 돌아봤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아주 깨끗이 지울 수 있었고, 그 사람에 대한 소식이 들리지 않기를 바랐다. 나에게 큰 상처를 준 이에게, 큰 상처만큼 단단해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무관심'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고 생각했다. 미움도 사랑과 같은 선상에 있어서 사랑의 반대말이 미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크게 좋아했고, 좋아한 만큼 상처받았고, 상처받은 만큼 미워한 지난한 과정들을 몇 번 되풀이하고 보니 사랑이 바닥나 증발해버리고 나면 그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조금도 궁금해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내게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미워하는 사람들

아직도 때때로 미워하는 감정에 마음이 뜨거울 때가 있다. 도대체 왜,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 따져 묻고 싶은 사람이 있다. 밉다고 소리쳐봐도 자꾸 연락하게 되는 몇몇의 이들이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뜨거운 마음이 들고, 그러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절절하다. 내 마음과 완벽히 같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홀로 끙끙 앓는다.


미움도 사랑이라 미운 그 사람이 애달프다.

내가 당신을 미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마음이 식거나, 미운 감정이 다시 사랑이 되길 바란다. 지난한 과정을 겪으며 배웠듯이 나는 아마도 이 뜨거운 마음이 닳을 때까지 당신을 미워하고 또 미워하며 아파할 것이 뻔하다.


당신이 나만큼만 아프고, 나보다 덜 불행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내가 언젠가 당신의 소식이 더는 궁금해지지 않게 되면 나보다 더 행복하여 다른 이에게 미움받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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