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는 건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더위를 피할 수 없이 이겨내야만 하는 것

by 이양고
여름이라는 건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더위를 피할 수 없이 이겨내야만 하는 것.

아침부터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어서 밖에 나가기 전부터 한숨이 나오는 것. 선풍기를 틀어도 뜨거운 바람만 나와서 더 답답해지는 것. 에어컨을 켜면 전기세가 걱정되고 끄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것. 샤워를 해도 금세 다시 끈적해져서 하루에 몇 번씩 씻게 되는 것. 그래도 이 더위가 지나가면 가을이 온다는 걸 알기에 참아내는 것.



여름이라는 건 작은 그늘이라도 열심히 찾게 되는 것.

길을 걸을 때마다 나무 그늘, 건물 그늘을 찾아 헤매는 것. 버스 정류장에서도 햇볕 안 드는 구석진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는 것. 편의점 앞 파라솔 아래가 이렇게 소중한 공간인 줄 몰랐던 것. 지하철역 입구만 봐도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 되는 것. 카페에 들어가면 에어컨 바람이 천국처럼 느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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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는 건 시원한 그늘 아래 나눠 먹는 수박만큼 맛있는 게 없는 것.

뜨거운 햇볕 아래 있다가 그늘로 들어오는 그 순간의 시원함. 차가운 수박을 한 입 베어 물면 온몸의 열기가 식는 것 같은 것. 빨간 수박 속살이 이렇게 달콤할 수가 없는 것. 수박 씨를 뱉으면서 "아, 시원하다" 하고 절로 나오는 감탄사. 함께 먹는 사람들과 "역시 여름엔 수박이지" 하며 고개 끄덕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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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는 건 시원한 생맥주를 자꾸 찾게 되는 것.

목이 말라서 물을 마셔도 뭔가 아쉬운 것. 치킨집 앞을 지나다가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해지는 것. 첫 모금을 마실 때 "캬!"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 차가운 맥주잔을 이마에 대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시원한 것.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맥주가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던 것.



여름이라는 건 흐르는 땀을 닦아주는 것이,
손 부채질을 해주는 것이 얼마나 큰 사랑인지 알게 되는 것.

누군가 내 이마의 땀을 휴지로 살짝 닦아주는 그 따뜻한 손길. 부채나 책으로 바람을 만들어주는 작은 배려가 이렇게 고마운 것. "더우시죠?" 하며 차가운 물을 건네주는 마음씨. 에어컨 리모컨을 건네주며 "온도 조절하세요" 하는 세심함. 선풍기 바람을 혼자 독차지하지 않고 돌려주는 양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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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는 건 밤에도 잠들기 어려운 열대야가 있는 것.

선풍기를 틀고 자도 새벽에 더워서 깨는 것. 이불을 걷어차고 자다가 배가 차가워져서 또 깨는 것. 창문을 열면 덥고 닫으면 답답한 딜레마에 빠지는 것. 냉매트를 깔아도 한 시간 후면 미지근해져 버리는 것.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끈적끈적해서 바로 샤워하고 싶어지는 것.



여름이라는 건 옷차림이 가벼워져서 자유로워지는 것.

무거운 코트와 목도리에서 해방되어 홀가분한 것. 반팔, 반바지, 샌들로 간단하게 나갈 수 있는 것. 그래도 너무 가벼우면 실례가 될까 고민하게 되는 것. 원피스 한 장이면 충분한 간편함을 만끽하는 것. 발가락이 자유로운 샌들의 시원함을 만끽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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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는 건 바다와 계곡이 그리워지는 것.

도시의 아스팔트보다 시원한 물가가 간절해지는 것. 파도 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세상 시름이 다 잊히는 것. 물놀이를 하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되는 것. 수영장의 차가운 물 속에서 더위를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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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는 건 아이스크림과 빙수가 구원자가 되는 것.

길거리에서 마주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마치 오아시스 같이 느껴지는 것. 편의점 냉동고 앞에서 어떤 아이스크림을 고를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것. 팥빙수를 먹으면서 "역시 여름엔 이거지" 하고 중얼거리는 것. 차가운 게 목으로 넘어갈 때의 그 짜릿한 시원함. 친구들과 나눠 먹는 빙수가 이렇게 달콤할 수가 없는 것.



여름이라는 건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

잠들려고 누웠는데 귓가에서 앵앵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모기약을 뿌려도 어디선가 나타나는 끈질긴 놈들.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에 빨간 점들이 생겨있는 것. 가렵다고 긁으면 더 부어오르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 모기장을 치고 자는 것도 옛날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



여름이라는 건 추억을 만들기 좋은 계절인 것.

축제와 이벤트가 많아서 즐거운 일들이 많은 것. 여름휴가로 떠나는 여행이 일 년 중 가장 신나는 것. 친구들과 함께 하는 바베큐 파티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 밤늦게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따뜻한 날씨. 여름밤 산책하며 나누는 진솔한 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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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는 건 그래서 힘들지만 그리워지는 것.

더위는 고생스럽지만 그 속에서 찾는 작은 행복들이 있는 것. 겨울이 되면 이 뜨거운 햇볕이 그리워질 거라는 것. 여름의 활기찬 에너지가 주는 생명력을 느끼는 것.

여름이라는 건 그래서 온 세상이 뜨겁게 살아 숨 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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