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라는 건

10년이 지난 뒤에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

by 이양고


첫사랑이라는 건 10년이 지난 뒤에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

지하철에서 비슷한 웃음소리를 들었을 때, 그 사람이 좋아하던 빵 냄새가 날 때, 라디오에서 우연히 그때 그 노래가 나올 때. 별것 아닌 순간들에 갑자기 떠오르는 것. 왜 지금 생각나는지 스스로도 모르겠지만 괜히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 그러다가 이상하다 싶어서 고개를 젓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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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라는 건 바뀌지 않는 단 하나의 기준이 되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자꾸 비교하게 되는 것. "그때 걔는 이랬는데"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삼키는 것. 그 사람의 손 크기, 웃는 모습, 말하는 톤까지 모든 게 비교의 기준점이 되어버린 것. 새로운 연인이 "나는 그런 거 안 좋아해" 할 때 "아, 다르구나" 하고 새삼 깨닫는 것. 그러면서도 왜 자꾸 비교하는지 스스로 한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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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라는 건 함께 했던 모든 기억들이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더 좋게 기억되는 것.

그때는 싸우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고 서운해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마저 예쁜 것. 사소한 걸로 삐져서 말도 안 하던 그 어린 시절이 지금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는 것. 같이 걸었던 교실 복도, 운동장 한 바퀴, 학교 앞 문구점까지 모든 공간이 특별한 의미로 채워진 것. 지금 그 학교를 지나가면 괜히 발걸음이 느려지는 것.



첫사랑이라는 건 처음 손을 잡았던 그 떨림을 평생 잊을 수 없는 것.

손바닥에 땀이 나도 놓기 싫어서 꾹 잡고 있던 것. 그 사람도 떨고 있다는 걸 손끝으로 느꼈던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일을 해낸 것 같던 그 기분. 집에 돌아가서도 손을 씻기 싫어서 한참을 그대로 두었던 것. 지금 누구와 손을 잡아도 그때 그 떨림은 다시 오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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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라는 건 처음 해본 모든 것들이 특별했던 것.

처음 받은 편지, 처음 함께 본 영화, 처음 나눠 먹은 팝콘. 모든 게 생전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서투르기만 했던 것. 그래도 그 서툰 순간들이 지금은 가장 순수했던 시간으로 남아있는 것. 계산 없이, 조건 없이, 그냥 좋아서 했던 모든 일들. 어른이 되고 나서는 다시 할 수 없는 그런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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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라는 건 이별할 때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던 것.

며칠 밤을 울고 또 울어도 눈물이 마르지 않던 것. 친구들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해도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 그 사람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던 것. 그런데 정말 시간이 지나고 보니 괜찮아져 있더라는 것. 그때 그렇게 아팠던 게 지금은 그리운 추억이 되어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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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라는 건 어른이 되어서 우연히 만나면 어색하기만 한 것.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인데 이제는 인사도 어색한 것. 옛날 이야기를 꺼내기도 민망하고 안 꺼내기도 어색한 것. "요즘 어떻게 지내?" 하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이 이상한 것. 헤어질 때 "연락하자" 하고 말은 하지만 정작 연락하지 않는 것. 그래도 그 사람이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



첫사랑이라는 건 지금의 연인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것.

가끔 그때 생각이 나도 혼자만 간직해야 하는 것. "첫사랑이 그리워?" 하는 질문에 "전혀" 하고 대답하지만 사실은 조금 거짓말인 것. 그리운 게 아니라 그냥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는 다른 종류의 감정이라는 걸 설명하기 어려운 것.



첫사랑이라는 건 결혼식 초대장을 받으면 복잡미묘한 기분이 드는 것.

축하한다는 마음이 진심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서운한 구석이 있는 것. 그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기쁘면서도 "나도 저 자리에 있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는 것. 결혼식장에서 멀찍이 앉아서 예쁜 웨딩드레스 입은 그 사람을 보며 "참 잘 어울린다" 하고 중얼거리는 것.



첫사랑이라는 건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것.

다른 사람들과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결혼도 하지만 그래도 첫사랑만은 특별한 자리에 있는 것. 평생 잊히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드는 것. 그래서 더 소중하고 그래서 더 아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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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라는 건 삶의 첫 번째 진짜 설렘이었던 것.

그 이후로 수많은 사랑을 해도 그때 그 순수함은 다시 오지 않는 것. 어른이 되어서 하는 사랑들은 조건도 따지고 미래도 계산하게 되지만 첫사랑만큼은 그냥 좋아서, 그냥 사랑해서 했던 것. 그 마음의 순도가 100퍼센트였던 유일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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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라는 건 그래서 영원히 17살로 기억되는 것.

그때 그 나이, 그때 그 마음, 그때 그 풋풋함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것.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하나의 완벽한 추억.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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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라는 건 그래서 온 세상에서 가장 순수했던 마음이 담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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