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패자가 되는 일
사랑이라는 건 지독한 패자가 되는 것.
늘 이기려고만 살았던 내가 그 사람 앞에서는 먼저 손 내미는 것. "내가 잘못했어" 하는 말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이기고 지는 게 중요했던 모든 순간들이 그 사람 앞에서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 그 사람이 웃으면 내가 진 것 같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승부욕 강했던 내가 그 사람에게만큼은 모든 걸 양보하고 싶어지는 것.
사랑이라는 건 잘못한 것 없이 사과를 건네는 일.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 보이면 일단 "미안해" 하고 말하는 것. 뭐가 미안한지도 모르겠지만 그 표정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아서 고개 숙이는 것.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사람이 편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 사과하는 내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이 다시 웃어줄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되는 것. 친구들이 "왜 네가 사과해?" 하고 물어봐도 설명할 수 없는 것.
사랑이라는 건 보고싶다 말하고 싶어서 달이 떴다 말하는 일.
정말로는 "보고 싶어 죽겠어" 하고 말하고 싶은데 용기가 없어서 돌려 말하는 것. "오늘 달이 예쁘네" 하며 사진을 보내면서 속으로는 "나 지금 네 생각해" 하고 외치는 것. 그 사람이 "정말 예쁘다" 하고 답장을 보내주면 혹시 내 마음을 눈치챘을까 설레는 것. 별도 구름도 다 핑계가 되는 신기한 마음. 날씨 얘기, 음식 얘기, 뭘 해도 결국 "보고 싶다"는 말로 귀결되는 것.
사랑이라는 건 딱 10분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주린 배를 참는 일.
저녁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밥 먹으러 가자" 는 말을 차마 못하는 것.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 그 소리에 그 사람이 놀랄까봐 배를 꾹 누르는 것.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워서 시간아 멈춰라 하고 속으로 빌어보는 것. 결국 그 사람이 "배고프지 않아?" 하고 물어봐야 "어? 아, 조금" 하고 대답하는 것. 집에 돌아가서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도 그 10분이 너무 소중했다고 생각하는 것.
사랑이라는 건 바보가 되어도 괜찮다 생각하는 것.
평소에는 쿨하고 똑똑한 척했던 내가 그 사람 앞에서는 허당이 되는 것. 문도 제대로 못 열고, 계산도 틀리고, 걸으면서 넘어질 뻔하는 것.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이 웃어주면 더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싶어지는 것. 똑똑해 보이려고 어려운 말을 쓰다가 오히려 더 이상해지는 것. 친구들 앞에서는 절대 보여주지 않을 모습들을 그 사람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
사랑이라는 건 그 사람 앞에서만 서툰 말투로 변하는 일.
평소에는 말 잘한다는 소리 듣던 내가 갑자기 어눌해지는 것.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정작 입을 열면 "어... 그... 음..." 만 나오는 것. 간단한 인사도 몇 번씩 연습하고 말하는 것. 그 사람이 "뭐라고?" 하고 되물으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 나중에 혼자 있을 때 "아, 그때 이렇게 말할걸" 하며 후회하는 것.
사랑이라는 건 혼자 웃다가 혼자 울기를 반복하는 일.
그 사람이 보낸 메시지 하나에 침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것. "ㅋㅋㅋ" 세 글자에도 진짜 웃고 있을까 진지하게 분석해보는 것. 답장이 안 와서 "싫어하나?" 하고 울적해지다가 연락이 오면 또 하늘을 나는 것. 이모티콘 하나하나의 의미를 곰곰 생각해보는 것. 감정기복이 이렇게 심한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것.
사랑이라는 건 아무것도 안 했는데 하루가 다 간 것 같은 일.
그 사람 생각만 하다가 해가 지는 것. 창밖을 보며 그 사람과 저 카페에 가면 뭘 마실까, 저 길을 걸으면 어떨까 상상하는 것. 친구가 "뭐 해?" 하고 물어봐도 대답할 게 없는 것. 그 사람이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해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저녁이 되어서야 오늘 하루 그 사람 생각만 했다는 걸 깨닫는 것.
사랑이라는 건 내 시간이 온통 그 사람 것이 되는 것.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그 사람 생각이 나는 것. 밤에 잠들기 전까지 그 사람이 마지막 생각인 것. 스케줄을 짤 때도 혹시 그 사람이 연락하면 어떻게 할까 미리 계산해보는 것. 내 시간표보다 그 사람의 일정이 더 중요해지는 것. 그래도 전혀 억울하지 않고 오히려 그 사람을 위한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사랑이라는 건 핸드폰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
알림음이 들릴 때마다 혹시 그 사람일까 싶어서 급하게 확인하는 것. 다른 사람 메시지여도 혹시 그 사람 이름이 보일까 싶어서 톡방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 그 사람 번호를 누르기만 해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것. 전화를 걸기 전에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는 것. 통화 중에 그 사람 목소리만 들어도 얼굴이 절로 웃음 지어지는 것.
사랑이라는 건 그냥 이름만 들어도 괜히 얼굴이 빨개지는 일.
누가 그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고개를 돌리게 되는 것. 그 사람과 같은 이름을 가진 연예인이 나와도 괜히 반가운 것. 카페에서 다른 테이블 사람이 그 이름을 부르면 귀가 쫑긋해지는 것. 혹시 내가 좋아한다는 게 들통날까봐 괜히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리는 것. 그 이름이 적힌 간판만 봐도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것.
사랑이라는 건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안부가 가장 특별해지는 일.
"밥 먹었어?" 하는 말 한마디에 온종일 기분이 좋아지는 것. "잘 자" 하는 인사를 몇 번이나 읽어보는 것. "오늘 날씨 좋다" 하는 뻔한 말도 그 사람이 하면 시처럼 느껴지는 것. 평범한 일상 대화가 내게는 가장 소중한 대화가 되는 것. 그런 메시지들을 지우지 못하고 계속 캡처해두는 것.
사랑이라는 건 결국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기는 것.
맛있는 걸 먹으면 그 사람도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예쁜 풍경을 보면 그 사람과 함께 보고 싶다고 바라는 것. 내가 아프면 괜찮은데 그 사람이 아프면 마음이 더 아픈 것. 좋은 일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제일 먼저 말하고 싶어지는 것. 나쁜 일이 생기면 그 사람이 걱정할까봐 감추고 싶어지는 것.
사랑이라는 건 그 사람의 행복을 내 행복보다 앞세우는 일.
그 사람이 웃으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그 사람이 슬프면 내가 더 슬퍼지는 것.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이면 내가 싫어하는 것도 좋아지려고 노력하는 것. 그 사람의 꿈을 내 꿈보다 더 간절히 응원하게 되는 것. 그 사람이 행복하면 나는 뭐든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사랑이라는 건 이기적이었던 내가 누군가를 위해 양보하는 일.
내 자리, 내 시간, 내 음식까지 그 사람에게 먼저 주고 싶어지는 것. 평소에는 절대 양보 안 하던 내가 그 사람한테는 모든 걸 먼저 주는 것. 그러면서도 전혀 손해 본 것 같지 않은 일. 오히려 양보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생각하는 것.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더 많은 것도 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
사랑이라는 건 그래서 온 세상이 기울어져도 괜찮은 것.
그 사람만 있으면 다른 건 다 잃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세상 모든 사람이 반대해도 그 사람 편에 서고 싶은 것. 그 사람과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사랑 앞에서는 모든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 그 사람이 있는 곳이 바로 내 세상의 중심이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