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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a Mar 02. 2021

0. 반려견 입양을 꿈꾸다

나는 과연 좋은 반려인이 될 수 있을까? (feat. 반려묘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릴 적, 집 마당엔 항상 강아지들이 있었다.

마당에 나가서 놀 때면 "왕왕"거리던 아이들. 밥도 내가 챙겨준 적이 없었고, 응아도 한 번 치워준 적 없었던 강아지들. 


감히 내 생애 첫 강아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는 갈색 푸들인 "샤샤"였다.

초등학교 단짝 친구가 집에 키우는 푸들이 강아지들을 낳았는데 다 키울 수가 없으니 네가 예쁘게 키워달라며 눈물을 머금고 보내준 강아지. 분명히 예뻐했던 기억은 있는데, 그 외의 기억이 딱히 없는 걸 보면, 갑작스레 한 식구가 된 강아지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엄마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상상이 된다. (엄마, 미안...) 

몇 년 후 우리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샤샤는 아는 집에 맡겨졌고, 그 후로 잘 크고 있다는 얘기를 가끔 건너 건너 들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 때 고양이를 처음으로 입양했었다. 누가 데려가지 않으면 pound(보호소)로 보내질 테고, 거기서도 반려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당할지도 모른다는 친구의 말에 엄마를 조르고 졸라, 아빠 몰래 데려온 검은 고양이 '탱이'. 태어난 지 3주가량밖에 되지 않아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작았던 고양이가 내 첫 반려묘였다. 물론, 고등학교 졸업 후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을 가는 바람에 탱이는 또다시 한 번 엄마 몫이 되었고, 대학 졸업 후에도 내가 계속 중국이며 한국이며 외국으로 나도는 바람에 내가 탱이를 온전히 돌본 건 탱이 삶의 마지막 3년 남짓이었던 것 같다.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보곤 하던 탱이. 하늘나라에서 부디 잘 지내고 있길.

그리고 탱이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2년쯤 전. 무더웠던 여름날, 마트 근처에서 고양이 무료 나눔을 한다는 부자를 보곤 호기심에 박스 안을 들여다봤었고, 집에 돌아오던 내 품엔 어느새 태어난 지 2달 된 고양이가 있었다. 녀석의 이름은 '요미'. 처음 요미를 집에 들였을 때 탱이가 엄청 삐지는 바람에 요미는 부엌과 다이닝룸에서만 생활을 했었다. 그러다 한 3주 정도 후부터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바람에 강제 합사를 하게 되었는데, 탱이가 하늘나라로 떠나기 전까지 2년 동안 둘은 꽤 사이좋게 지냈다.

   

요미를 엄청 그루밍해주던 할머니 탱이. 둘이 살갑게 지내줘서 무척 다행이었다.

혼자되고 나서는 간혹 '야옹야옹'거리며 탱이를 찾곤 했던 요미는 또다시(?!) 엄빠 몫이 되어 현재 미국에서 낮에는 두더지와 새 사냥을 즐기며 집고양이로 잘 지내고 있다.




이제, 마당 있는 내 집에 살게 되었으니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내 인생에 함께 해 준 아이들이 새삼 떠올랐다. 그리고 내 전적을 더듬어 봤을 때, 나는 그다지 좋은 반려인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이런저런 시행착오도 거쳤고, 세월이 흘러 나이도 들었으니 나도 조금은 나아진 반려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나와는 달리 시골에서 개 좀 키워본 신랑은 반려견을 들이는 일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 

'고양이는 해볼 만 한데, 개는 쉽지 않아.'

그래도 '세나개'나 '개훌륭', '동물농장'에 나오는 강아지들이 이쁘기만 한데...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강아지를 키울 생각을 하니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왜 좋은지에 대한 정보만 눈에 쏙쏙 들어왔다.

아직 아이도 없지만 아이들 정서에 좋다는데!

정서뿐만 아니라 면역력 향상에도 좋다는데!

강아지들도 보호소에서만 생활하다 안락사당하는데, 그럴 바엔 견생 역전 한 번 시켜줄 수 있잖아!


하지만 내가 속으로 꿈꾸고 있던 큰 그림은, 반려견과 반려묘 둘 다 입양(!)이었다. 열심히 찾아봤던 미국의 반려동물 관련 사이트에서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함께 키우려면, 강아지를 먼저 입양하고 후에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아기 고양이를 입양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했으니, 나중에 고양이를 키울 것에 대비해 우선 강아지를 들여야 했다. 이 큰 뜻을 신랑에게는 모두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반려견을 들여야겠다는 내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고해졌다. 신랑이 제일 큰 난관이었지만, 그는... 어떻게든 설득당해줄 사람이니까.


그래서 난 내가 잘한다 자부할 수 있는 딱 한 가지인 공부에 돌입했다.

준비된 반려인이 되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며.


요미야... 언니... 공부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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