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에대한 공부를 시작하며 제일 먼저 했던 고려했던 것들.
반려견 입양을 생각하며 제일 먼저 했던 일들이 있다.
제일 첫 번째는 알러지 검사.
나는 실은 강아지를 키우는 사촌동생과도 몇 개월 살았던 적이 있고, 이렇다 할 알러지도 전혀 없어서 검사를 하진 않았다. 문제는 나의 동거인, 신랑이었다.
신랑은 비염이 있다. 집먼지진드기 등에 강하게 반응해서 몸이 조금 안 좋은 날이면 코를 훌쩍대고 눈이 빨개져서 고생고생을 한다. 그랬기에 반려견 입양 전에 제일 중요시했던 게 바로 신랑의 "알러지 검사"였다.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검사를 받고 약 1주일 후에 받아 본 결과, 고양이 알러지는 Class 2, "조금" 있지만, 강아지 알러지는 없단다. 다행이다! 고양이는 안 될지도 모르지만, 강아지는 된다! 내가 그리던 큰 그림에 약간의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긴 하나, 우선 제일 첫 관문은 통과였다.
"혠이 좋으면"을 원래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이라, "강아지 키우자, 강아지" 주문을 외우는 내게 "혠이 좋으면 키우지 뭐"라고 대략 승낙을 한 상태긴 했지만, 이때까지도 신랑은 강아지가 귀여워 죽겠다는 나를 보며, "저렇게 좋을까?"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단계였다. 그래도 내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나 '개는 훌륭하다'를 볼 때 항상 옆에 앉아서 같이 시청해주었다. "쟤 귀엽지?" 하면 "오, 귀엽네," 해주고 "강아지는 이러 이렇게 대해줘야 한대"하면 "오, 그렇게 하면 되는군" 맞장구도 잘 쳐줬고.
알러지 검사 외에 우리에겐 반려견 입양을 재고려하게 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이유들이 다행이게도 우리에겐 없었다.
우리처럼 아직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는 대게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에 부모님들의 반대에 부딪힌다고 했고 실제 주변에도 그런 케이스들이 몇 있었는데, 친정부모님은 미국에 계시고 고양이를 워낙 좋아하셔서 전혀 반대하지 않으셨다. 한국에 계신 시부모님께서는 살짝 우려하시는 듯 보이긴 했다. 어무니는 살짝 걱정스러운 말투로 "괜찮겠나?" 하셨지만 내가 워낙 고양이를 좋아해서 자주 요미의 사진도 보여드리고 했더니 그냥 그러려니 하셨던 것 같다. 아부지께서만 "개 키우지 마라. 우리 집안은 개들이랑 안 친해," 하시긴 했는데, 크게 신경 쓰시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매번, "오오 아부지 미국에서 나온 (지금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논문에 그러는데 강아지들이랑 같이 크는 아이들이 아닌 애들보다 사회성도 더 좋고 면역력도 높대요", "정서적 교감도 더 잘할 수 있고 좋잖아요" 같은 얘기를 해댔다. 성공적이었는지 (아니면 아부지께서 원체 별로 관심이 없으셨는지) 결과적으로 아부지의 반대도 반대다운 반대는 아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관문도 구렁이 담 넘듯 통과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있었다.
나는 여행도 좋아하고 친정도 미국이라 아무래도 한 번 집을 비우게 되면 몇 주씩은 비우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잠시 맡아주실 분을 찾으면 된다, 고 생각했다. 물론 말이 훨씬 쉽다. 펫시터 등이 점점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 몇 주씩 자기 강아지처럼 돌봐줄 분을 찾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이때 당시에는 한국에서 여행할 때는 같이 다닐 수 있는 호텔을 찾으면 되고, 외국으로 오래 나가게 되면 같이 나가면 되지, 아니면 펫호텔을 찾거나,라고 좀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미국의 많은 강아지 애호가들은 짐칸에 실어야 하는, 보통 7킬로 이상 나가는 강아지들은 가능한 한 비행을 자제하라고 한다. 오랜 시간 갇혀있어야 하고 간혹 죽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만약에 나중에 태어난 아이가 강아지 털 등에 알러지가 있다면?
이 부분이 은근 계속 생각났다. 하지만 열심히 검색해 본 결과, 부모가 알러지가 없는데 아이만 알러지가 있는 경우는 꽤 드물다고 결론 냈다. (물론 이 부분은 개개인에 따라 다를 테고, 좀 무책임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아이의 알러지까지 걱정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위에도 강아지 알러지가 심한 사람들도 몇 없고, 이 부분은 신랑도 "에이, 설마"라고 해주었다. 나중에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패스하기로 했다.)
10년 이상 살 강아지와 평생 동안 함께 할 수 있을까?
잘 생각해봐야 하는 일이겠지만, 의외로 내게는 쉬운 문제였다. 나는... 10년 정도밖에 못 살 강아지를 떠내 보낼 생각을 하는 게 더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내 첫 고양이인 탱이는 14살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건강검진을 받은 지 5개월 정도 후,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던 아이가 갑자기 구토를 해 다음 날 병원을 찾아갔을 때, 수의사 선생님은 췌장에 무언가가 보인다며, 고양이의 췌장은 너무 약한 장기라 이상이 생기면 치료가 힘들다고 하셨었다. 그래도 끝까지 해보겠다고 한 달여 동안 정말 한 달 월급 다 털어 넣었고, 그래도 전혀 호전되지 않는 바람에 2-3일을 눈물바다로 보내다 결국 하늘나라로 보내주었다.
탱이가 나보다 더 오래 살면 좋을 텐데,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히려 난 떠나보낼 걱정이 조금 더 앞섰고, 우리가 입양하게 될 강아지가 적어도 15년 이상 살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외의 다른 질문들은 이 단계에서는 별로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은 월 10-20이면 되지 않을까 어림짐작했기에 문제가 아니었고, 강아지 문제들은 강아지를 잘 훈련시키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너무 많은 경우의 수가 있었기 때문에, 실은 미리 생각해내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강아지 입양에 대한 내 마음은 점점 더 확고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