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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 May 07. 2020

남는 시간


litigator 

소송 변호사의 삶은 참 바쁜 삶이 었다. 


재판이 있는 날에는 아침 일찍 법원에 가야하는 날이 있고 

중요한 재판일 경우에는 여덟시 이전부터 재판 준비를 하고 나가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모든 선배 변호사가 말했듯이 처음에는 법원 가는 길이 설레기만 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마치 병원에 건강검진 가는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설레임보다는 의무감으로 말이다. 


아침에 업무를 보고 회사에 들어가면 그 이후부터는 말 그래도 컴퓨터와 나의 싸움 이었다. 

몇시간을 앉아 읽고 쓰다보면 낼 수 있는 내용이 한 문단 나올까? 

어떤 날은 두세시간안에 모든 걸 다 끝내기도 하지만 그런 날들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재판 -- 업무 단 두가지만 마무리하고 집에와도 여느 직장인처럼 완전 녹초가 되어 

저녁을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쳇바퀴 굴러가듯 너무 바쁘게 살았는데 퇴사를 준비하면서 

내 인생을 돌아보니 하루에 남는 시간들이 많았다. 


코로나의 영향도 크겠지만 하루에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강아지와 놀아주고 게임을 하고 동생과 수다를 떨어도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았다. 


삶을 돌아보니 

그동안 정말 시간에 쫒기며 하루에 끝내야 할 많은 업무를 겨우겨우 시간을 쪼개어 끝냈었는데 

하루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아졌다. 


시간이 빠듯해서 귀했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남아서 귀하다. 


남는 시간이라는 것이 너무 오랜만에 다가온 선물 같아서 

너무나도 귀한 나머지 

포장지 조차 뜯지 못한 선물 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시간이 남는다. 

남는게 시간이다. 


퇴사가 또 한발자국 더 가까워 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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