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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통해 이해하다

<사랑이야기>

by as

그를 통해 과거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를 통해 과거에 "너"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를 통해 나를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과거의 너는 연락이 잘 되지 않던 사람이었다.

연락을 기다리며 온종일 휴대전화만 바라보았고

혹시나 연락했을 때 방해는 되지 않을까

아니 혹시나 내 연락에 반응이 없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연락도 잘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날이 아주 많았다.


연락이 닿아도

기뻐하는 것은 잠시

이내 바쁘다는 말로 돌아서는 사람을

'괜찮아 나중에 시간 나면 연락해'라는 거짓말로 애써 보내야만 했다.


과거의 사람은 너무 그리워서 보고 있어도 더 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뭐가 그리 바쁜지 얼굴을 자주 볼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뭐가 그리 멀리 사는지 한걸음에 달려가기에는 너무 멀리 있는 사람이었다.

만나는 날이 기대되었고

그만큼 만나는 날이 너무 나도 소중했다.

그렇게 애타며 기다리는 나에게 너는 언제나 냉정하고 차가웠다.

얼굴을 마주 보아도 더 보고 싶은 나와는 달리

너는 오늘이 어제고 어제가 오늘인 양 별 감정이 없었다.


그렇게 너를 떠나보내고 시간이 흐른 뒤, 새로운 사람을 통해 너를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새로운 사람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이 온다.

휴대전화를 놓고 싶게 만들 정도로 정신없이 연락을 해댄다.

'지금 바빠? 바쁘지? 할 일 하고 연락해'라는 말이 빈말인 줄 알면서도

기다렸다는 듯 '그래 나중에 연락할게'라고 대답한다.


새로운 사람은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보고 싶다고 외치지 않아도 어차피 시간은 일정하게 매일 흐르고

그렇게 매일 24시간씩 지나다 보면 우리가 만나는 날이 오는 건데 자꾸 재촉해댄다.

'어차피 볼 건 데 뭘 그리 재촉해'


눈 마주치고 얘기하는 것도 벅찬데

자꾸 내 얼굴을 더 담아두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새로운 사람에게

나는 더 없이 냉정해진다.

'그냥 내 얘기에 대답이나 해.'


그렇게 나는 서서히 내가 새로운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통해 과거의 너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너는 나를 덜 사랑했지만 대신 내가 "너"를 정말 많이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나는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덜 사랑하기보다는 더 사랑하는 것이 더 익숙하다는 것을.


이제 이해했는데...

"너"는 왜 내 곁에 이제 없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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