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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Sep 15. 2022

2022년 9월 7일, 호찌민

글·사진 이루다

2022 베트남 호찌민


약속된 이별을 하러 갑니다.

오늘이 첫 만남이지만 이별을 준비하는 첫날이기도 합니다.


나는 당신의 말을 이해할 수 없고, 당신도 내 말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렇게 어색하고 힘든 만남을 왜 할까요?

무엇을 얻기 위해서일까요.


‘나’를 알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우리가 만나서 ‘다름’에서 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신과 나는 다릅니다.

얼굴도 다르고, 말도 다릅니다.

그러나 처음 보는 당신의 얼굴 너머로 익숙한 내가 보입니다.

같은 듯 다른 당신의 언어 너머로 내 목소리도 들립니다.

바로 나도 당신의 자리에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동안 우리는 서로의 감정과 언어를 섞습니다.

때마침 지금 비바람이 내리칩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렇게 햇살 가운데가 아니라 빗속을 걷게 됩니다.

SNS에 보여주기 위한 장면도 연출하기 힘듭니다.

현실은 셀카와 달리 보정할 수도 없습니다.

싫거나 원하지 않아도 서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 걸음도 만남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2022 베트남 호찌민


이별을 향한 만남을 피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우리의 만남이 새로운 만남을 향한 문을 열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하나의 문에 들어서야 그다음 문을 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합니다.

만남은 나에게 다가서는 성장이고, 내가 되는 길입니다.

앞으로 예기치 못한 숱한 비바람에도 만나기로 서로 굳게 약속합니다.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는 자신의 ‘무지개’를 볼 수 있습니다.

이별의 그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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