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4일의 일기
혼자 그리고 만들고 포장하고 하다 보면 주문이 밀려올 땐 정신없이 바쁘다.
아무것도 신경 못쓰고 주문처리에만 몰두하다 보니 13일 일기는 건너뛰어졌다.
아마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은데 정신 차려야지....
미리미리 주문 들어오기 전에 밑 작업을 해놓자.
아이들에게 미리미리 안 한다고 잔소리했는데 나 닮아서 그런 거네.ㅎㅎㅎㅎ
내가 사는 곳은 눈이 3일째 오고 있다.
집이나 작업실에 있을 땐 아무런 감흥 없던 눈이었는데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눈 내리는 걸 보니 너무 예쁘다.
작업실로 가기 위해 차로 걸어가는 그 짧은 순간에 예쁜 눈은 나쁜 눈이 되고 차를 보니 나쁜 눈은 망할 눈으로,
운전하고 오면서 망할 눈은 심한 욕을 곁들인 눈으로 변했다.
이제 밀리그램 단위로 남은 내 동심 나노 단위로 그만 파괴하고 너도 그만 내려.
젭알.
집으로 한번 들어오기 시작한 문주(길고양이)는 이제는 자연스럽게 내가 출근하면 나갔다가 퇴근할 때 기다렸다 같이 집으로 들어간다.
미꾸라지처럼 현관을 쏙 거리낌 없이 들어가는 걸 보면 우리 집에 사는 고양이인 줄 알겠네.ㅎㅎ
전에는 자세히 안 봐 몰랐는데 냄새가 너무 나서 목욕시키고 입을 보니 구내염이 심했다.
그래서 병원 가서 약을 타다가 먹이는데 날이 추워져 우선은 데리고 있기로 했다.
댕이는 문주가 움직일 때마다 따라다니며 하악질을 하는데 고만해... 너 아무도 안 무서워해.
문 주는 앉아있을 때 자세가 참 희한해서 혹시 아픈 건가 만져보기도 하고 사진을 병원에 보여줬는데
아픈 건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왜 그러고 앉아 있니?
내년 흑 토끼해를 맞이해 제작한 검정 토끼 패브릭 포스터 샘플이 도착했다.
마음에 들게 잘 나왔다.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남편이 화투 그림이냐고.
니 그림은 어딘가 화투에 나올법한 그림이라며 깔깔대는데 음청 얄밉다.
등짝 스매싱을 날려 주었다.
너나 잘해, 이 김광석 짝퉁아.
오늘은
일기는 건너뛰지 말고 매일매일 꾸준히 썼으면 좋겠고, 내 동심 사라지기 전에 눈은 그만 왔으면 좋겠고,
문주는 이상하게 안 앉았으면 좋겠고, 남편은 내 그림 평하지 말고 자신이나 잘했으면 좋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