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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D Dec 21. 2022

심란,우울,슬픔의 삼박자

2022년 12월 20일의 일기




사춘기가 시작되려고 시동을 걸고 있는 호연이.

불러도 예전 같은 귀엽고 예쁜 '엄마~ 왜요?'가 아닌 귀찮음이 가득 묻은 '아, 왜요.'로 대답한다.

귀에는 무선 이어폰을 빼지 않고 꼭 블랙 마스크만을 하고 눈빛이 사나워진 호연이를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서운해져서 아무것도 아닌 일로 호연이와 다투게 된다.

속상해서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깔깔대고 웃으시며 너 사춘기 때 생각 안나냐고, 똑같다고 그러셨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일일이 아이들과 싸우지 말고 참고 그러려니 이해하며

사춘기가 지나갈 때까지 그냥 두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나도 예전에 늘 이어폰을 끼고 엄마가 부르면 귀찮아하며 짜증 내고 그랬던 거 같기도.

업보인가?


머리카락이 어느새 길어져 내 목덜미에 터치를 해대고 있다.

목덜미에 무언가 닿는걸 극도로 싫어해서 목폴라도, 목걸이도, 목도리도 하지 않는데 하물며 머리카락이라니.

머리카락이 닿을 때마다 소름이 돋아서 어쩔 수 없이 묶어 버렸다.

미용실을 가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할 뿐 내 몸은 절대 움직이지 않지.ㅎㅎㅎ

어릴 땐 나도 긴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다니고 싶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하지만 긴 얼굴의 말상인 내가 긴 머리를 하면 진짜 눈뜨고 볼 수가 없어서 강제 짧은 머리 정착이 되었는데 우울하네.

말상이라 그런가.... 어쩐지 당근이 채소중 젤 맛있더라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애들 선물을 고르며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색연필로 크리스마스용 그림을 그려 보았는데 크리스마스 기분이 나지 않았다.

눈도 많이 왔고 집에 트리도 설치했고 여기저기서 크리스마스 노래도 들리고 이벤트도 하고 그러는데

정말이지 크리스마스 같지 않다.

아마도 내 마음이 예전 같지 않아서 그런 거 같네.

설렘과 기쁨 없는 크리스마스라니....

나도 늙고 있나 보다. 슬프네.


오늘은

사춘기가 시작된 호연이를 보니 맘이 심란하고, 강제 짧은 머리 말상 인생이라 우울하고, 크리스마스를 느끼지 못하는 내 마음이 슬프다.


아, 눈물...

끝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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