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4일의 일기
매년 크리스마스엔 아이들이 산타에게 편지를 쓰고 내가 그 편지를 몰래 읽은 후 선물을 준비했는데
올해엔 갖고 싶은걸 직접 내게 말했다.
버즈 2를 갖고 싶다고.... 무선 이어폰이 있긴 한데 버즈 2가 꼭 갖고 싶다고 해서 산타에게 전해 준다고 말하고 준비하긴 했는데 선물을 엄빠가 준비한다는 걸 알고 선물이 뭔지도 아는 호나에겐 인내심이란 없었다.
어릴 때 트리 밑에서 크리스마스 아침에 선물을 뜯어보며 기뻐하던 순수한 모습은 사라지고
엄빠에게 미리 받아 고맙다고 말하는 호나를 보니 크리스마스가 재미가 없어졌다.
이제 순수하던 그 모습들은 영상으로만 남아 있게 되었네... 아쉽다.
크리스마스이브 아침에 아바타 2 3D를 보려고 다 같이 영화관에 갔다.
분명 러닝타임이 길다고 미리미리 화장실을 가라고 말했는데 괜찮다고 안 간다고 짜증 내더니
팝콘 큰 거를 콜라랑 영화 보는 내내 먹더니 영화 중간쯤 화장실을 가겠다며 안절부절.
잔소리를 아무리 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타격 없는 나연이를 보니 잔소리하는 게 뭔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연이와 화장실 다녀오고 나서 호연이도 아빠와 화장실행 ㅎㅎㅎ
원수들이 따로 없구나.
크리스마스이브엔 마트를 가야 한다며 꼭 마트에 가자고 졸라서 장도 볼 겸 마트에 갔다.
이것들은 또 선물을 받으려는 꿍꿍이가 있어서 마트를 가자고 한 거겠지.
들어가는 입구부터 밀리더니 주차하는데 한참 거려서 간신히 주차를 했다.
카트를 밀고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장을 보는 자체가 힘들었는데
그 와중에 호나는 자꾸 어디론가 사라져서 잡아 오느라 나와 남편은 온 에너지를 다 썼다.
계산도 한 시간 줄 서서 간신히 마트 탈출. 크리스마스이브의 마트는 지옥이었다.
너무 힘든 크리스마스이브였는데 상을 차리고 케이크에 불을 붙이니 호 나가 너무 좋아했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피로감은 싹 사라졌다.
그래, 호나가 행복하다면 이게 천국이겠지.
오늘은
어느새 커서 산타를 믿던 순수하던 호 나를 볼 수 없는 게 아쉬웠고 잔소리는 한 귀로 흘리는 호나를 보니 전생의 원수를 만난 기분도 들었고 크리스마스이브날의 마트는 지옥이었지만 호나가 행복하다면 천국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다.
자식이 뭔지 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