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Vienna Life, 흠? 흠!

실제 오스트리아 빈의 일상

by 그냥 하자

약 3주간의 오스트리아 빈(Vienna)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이 도시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 본다.


1. 도시 환경

1) 생각보다 안전한 동네 : 유럽에서 가장 안전하고 청결한 도시 중 하나라고 한다. 안전이란 관점은 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내가 이곳에 머무른 지는 겨우 3주 남짓이기에, 아직 그네들의 일상적인 하루에 녹아들어 완벽히 동화된 것은 아니기에, 이방인으로서 현지인들이 느끼는 이 도시의 안정성은 내가 느끼는 것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 시스템의 차이로 오스트리아는 편의점이 없고, 야간 특히 22시 이후로의 나이트라이프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빈을 포함한 유럽의 도시들은 서울처럼 특정거리에 수백 개의 업장이 몰리는 집중화 구조는 드물고, 주거/상업/공공시설 등이 혼재되어 있다. 그래서 각 동네에 작은 바, 카페, 식당 등이 점점이 분포되어 있으며 도심 가운데 세계적 문화유산들이 많아 신도시형 유흥시설들이 들어설 공간 자체가 적다. 또한 지하철, 트램, 버스 등을 통한 동네 중심의 소규모 이동이 편리하다.


이외에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 우리네처럼 음주만으로 1차,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다단계식 유흥문화는 일반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래서 밤늦게까지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서울의 도시 곳곳이 더 안전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실제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라기보다 정말 문화의 차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결론은? 적응하기만 하면, 밤이라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으니, 한밤중에 돌아다닐 필요는 없다.


2) 무척 편리한 대중교통 : 이곳 빈의 시내 대중교통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사실 남들이 뭐라고 평가하는지는 내가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생활하며 경험한 이곳의 대중교통 문화는 정말 편리했다. 우선 가장 특징적인 것으로 무검표 문화이다. 이곳에서는 지하철이나 트램, 버스를 타고 내릴 때 티켓을 검표하는 시스템과 시설이 없다. 사실 아예 없지는 않고 일부 지류 승차권을 이용할 때 개표기에 넣어서 구멍을 내는 아날로그 방식도 있긴 있는데, 대부분은 모바일을 이용하거나 정기권을 사용하는 상황이다.


이런 시스템은 1970~80년대 지하철 도입할 때부터 적용한 것으로 높은 사회신뢰, 엄격한 과태료 제도 등을 통해 유지되며, 무임승차율은 1~2% 수준을 유지한다고 한다. 개찰/개표 대기가 없기 때문에 시민들의 교통시설 이용 만족도는 무척 높은 편이다. 특히 검표원 및 시설의 최소화로 많은 비용이 절감되니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제도인 것 같다. 개찰구가 없다 보니 지하철을 타는 것이나 버스를 타는 것이 일상의 흐름과 너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훨씬 적다.


또한 버스나 트램 모두 저상형으로 설계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유모차를 가지고 오르내리기도 편하고, 버스를 예로 들었을 때 앞부분은 노약자, 중간은 유모차, 뒷부분은 일반석 이렇게 구분이 되어 있어 중간구역으로 타서 유모차를 파킹해 두고 자리에 앉기가 꽤나 수월했다. 물론 여기에서도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를 보자면 충분히 편리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 근데 특이하게 이곳에서는 승하차시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고 별도 스위치를 눌러야지 문이 열린다. 승차나 하차 모두 마찬가지이다. 에너지 절약이나 대기시간 단축 등의 장점도 있겠지만 승객의 추가적인 터치로 인한 불편함과 고장 이슈 등 단점도 꽤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알기가 어렵다.


3)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한 구급차 사이렌 소리 : 오늘까지 약 3주간의 거주기간 동안 가장 짜증 나고 스트레스받았던 것은 너무나도 시끄러운 구급차 사이렌 소리였다. 물론, 구급차라는 특성은 십분 이해한다. 그렇다 치더라도 그 소리는 너무나도 컸다. 한두 번이 아니라 몇 번이나 경험하고 나니 정말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현지인들이야 불편해도 익숙해졌다 하겠지만, 한 달 살기 하는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정말 깜짝 놀라기 일쑤였다. 특히나 둥이를 안고 지나갈 때 저런 소리가 들리면 깜짝 놀라 둥이 귀를 막는다. 고막에 이상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래도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불편할 정도로 사이렌 소리가 큰 덕분에 그들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본질에 집중하면, 불편함은 충분히 감내할 정도로 줄어든다.


4) 비싼 물가 : 장바구니 물가도 우리보단 비싸지만 그래도 일부 품목들은 비슷하거나 가끔 저렴한 것도 있는데, 외식 비용은 서울보다 거의 두 배는 비싸다. 카페나 식당은 그냥 무조건 한국보다 비싸다고 보면 된다. 일단 인건비와 소규모 운영 등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도 크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전역의 전기가스 요금이 상승한 것, 인플레이션의 상승, 팬데믹 이후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수요 증가에 따른 전략적 가격 인상 등이 주요 요인으로 파악된다. 근데 진짜 비싸도 너무 비싸다. 한국 식당은 재료 수급 등으로 더 비싼 걸 테지만 김치찌개가 2만 5천원 가량하는 곳이 있었다. 물론 가지는 않았다. 동네 식당에서 스테이크와 굴라쉬, 맥주 한잔과 디저트 1개를 먹었는데 85유로, 대략 우리 돈으로 14만원 정도였고, 적당한 아시안 식당에서도 둘이서 하나씩 메인에 사이드 하나 시키고 음료를 시키면 7~8만원은 넘기는 것이 다반사였다.


2. 생활 인프라

1) No 편의점 : 위 내용과 연결되는 것인데, 유럽의 도시들은 소규모 동네 위주의 발전되었고, 영업시간 제한이 엄격하다.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대부분의 슈퍼마켓이 문을 닫으므로 한 번에 많이 사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그리고 서울처럼 고밀도 도시가 아니기에 소규모 편의점은 경제성이 떨어져서 편의점이란 모델의 필요성 자체가 낮다. 그래서! 일요일 되기 전에 가급적 먹을거리를 챙겨놔야 한다!


2) 자전거 천국(feat. 씽씽이) : 자전거 타는 인구가 정말 많다. 놀랐던 것은 자전거 도로가 시내 중심부에는 인도와 거의 비슷한 급으로 뻗어 있는 것이다. 자동차 도로 옆에 자전거 도로 표지는 항상 있고, 횡단보도 혹은 인도와 겹치는 곳에도 무조건 바닥에 자전거 도로가 명확하게 구획되어 있다. 1구의 관광지역만 빼면 나머지 인접 지역에는 오히려 차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난 한강에서 단체로 떼빙하는 자전거 동호회들을 극혐한다. 그런데 여기는 정말 '이동 수단'으로서의 자전거 운행이 대부분이다. 특히 자전거 앞바퀴 쪽에 어린이 탑승용

그리고 애들은 씽씽이를 정말 많이 탄다. 전동모터로 움직이는 PM이 아닌 그냥 발굴림으로 굴러가는 그 오리지널 씽씽이 말이다. 어른들도 타고 다니는 걸 꽤 많이 목격한 바 있다.


3) 높이가 같은 건물들 : 앞서 언급했듯이 동네 단위 자체가 작다. 19세기 이후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인구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도시계회의 일환으로 그륀더차이트Gründerzeit 건축양식이 도입되었다. 쉽게 말하면 동일한 층고와 높이를 가진 고밀도 블록형 5층짜리 연립주택을 말한다. 보통 1층에는 상가, 2층 위로는 아파트로 구성되며 블록 내부에는 공용 안마당이 배치된다. 과거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전략으로 도입되었고 건물 및 도로가 너무 좁게 배치되었으며 차량과 대형 상업시설 수용에 불리한 구조라는 약점이 있었는데 현재는 도리어 보행친화적인 건물배치와 전통 경관 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모범사례로 재평가되는 듯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건물들이 정말 5층 높이로 비슷하게 배열되어 있다.


3. 문화사회적 관습

1) 서비스직 종사자들, 시크하다? 재수 없다? : 일단 이곳의 서비스직은 기본 생계 보장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팁에 대한 의존도가 팁 문화가 일반적인 미국 등에 비해 낮다고 한다. 그리고 필요 이상의 친근감을 요구하는 것은 고객이나 종업원 모두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사회적 표준이라 한다. 게다가 카페나 레스토랑에서는 이런 '시크함'이 전통적 매력이라는 경향도 있고, 직설적이고 중립적인, 효율적인 업무 처리가 더 '전문가'스러운 것으로 인정받는다 한다.


우선 내가 겪은 바로는 Billa나 Spar의 캐셔들은 프로페셔널함인 건지 모르겠지만 싸가지가 없었다. 확실히. 물론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Babywater를 사러 갔을 때 DM의 캐셔는 재고 현황도 확인해 주고 다음 주 몇 개의 품목이 들어오는지도 확인해 주었다. 다만, DM은 그렇게 손님들이 몰리는 구조의 가게가 아니고 빌라나 스파는 고객들이 셀프계산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인계산대를 더 선호하기에 항상 대기가 있는 구조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말도 없이 고갯짓으로 금액을 알려주던 싸가지 없던 놈이 있던 것을 보면 사바사라고 해야 할지, 그네들 기준에선 그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에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동네 맛집에 갔을 때 직원은 무척 친절했다. 특히 우리 둥이가 아내에게 안겨 있을 때였고 식사가 끝나서 계산서를 가지고 오는 상황이었는데, 둥이가 미소를 지어주니까 무척 귀여워하면서 관심을 보여주었다. 재미났던 것은 그렇게 둥이에게 "You are so cute"라고 하면서 한참 관심주며 귀여워해 주다가 나에게 계산서를 주면서는 "Your sign here, please"라고 사뭇 달라진 분위기로 사무적으로 말을 이어나갔던 것이다. 이게 그네들의 기본적인 스탠스인가 싶었다.


그래서 시크? 싸가지? 음 이건 정말 문화의 차이라고 받아들여야겠다. 시크하다거나 싸가지 없다거나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보다 이곳의 문화라고 생각해야겠다. 굳이 택하자면 나는 한국의 가식범벅인 친절을 선택하겠다.


2) 타인에 대한 배려 : 유모차를 가지고 버스/트램을 탈 때나 계단을 올라갈 때, 스스럼없이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네들의 그런 배려와 호의가 무척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특히 유모차를 들어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 순간을 목격하는 그 순간 바로 몸이 움직였다. 이는 정말 시민 사회에 기본예의로서 체화된 문화인 것 같았다. 우리 사회에서는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최근에는 또 누군가를 도와줬다가 오히려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뉴스로 접했던 바, 더더욱 타인에 대한 배려가 사라져 가는 듯한데,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남을 도와주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은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3) 생각보다 적은 무단횡단 : 위에서 검토되었듯이 도시계획상 건물들 간의 간격이 좁다. 당연히 도로도 1차로 혹은 2차로가 대부분이고, 횡단보도 또한 10걸음도 안 되는 것들이 무척 많다. 10걸음이면 뛰어서 건너면 3초도 안 걸리는 수준이다. 실제 이런 횡단보도가 우리나라에 있다면 정말 많은 이들이 차 오나 안 오나 두리번거리다 휙 건너버릴 것이다. 근데 여긴 정말 대부분이 그 짧은 횡단보도를 잘 기다리고 신호가 바뀌면 건넌다. 물론 여기도 신호를 예측해서 파란불로 바뀌기 1~2초 전에 먼저 건너는 사람은 꽤 많은데, 그건 아예 신호를 무시하는 무단횡단하고는 좀 결이 다른 것 같다. 질서와 규칙 준수에 대한 엄격한 사회 규범 문화와 높은 제도적 신뢰의 수준 등이 결부된 것으로 보인다. 뭐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 어릴 때부터 집중적으로 교육받고 남들 눈치도 많이 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 같다.


4) 최악의 길거리 담배 문화 : 1년도 안된 아기를 키우다 보니, 길거리를 지날 때 담배 연기에 무척 민감하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길거리 흡연하는 인간들을 극혐 하곤 했는데, 이곳 빈은 그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길거리에서 담배를 많이 피운다. 그런데 이것이 한국과는 또 양상이 조금 다르다. 한국은 어떻게 보면 흡연자들의 이기주의와 무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여기는 그나마 역사문화적 배경이 있다. 빈에 오면 꼭 가보라는 카페 자허, 카페 데멜 등등 그 수많은 커피하우스들, 과거 이곳에서는 지식인과 예술인들의 사교의 장이었고, 흡연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행위였다. 그리고 흡연을 '개인의 자유'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아직도 강하다고 한다. 실제 2024년에 EU에서 야외 금연구역 확대를 권고했는데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거부한 사례도 있다. 이런 오스트리아, 특히 빈의 관대한 흡연 문화를 보고 '유럽의 재떨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물론 뭐 역사적 배경 문화적 배경이 어떻고 저떻고를 떠나서, 우리 둥이를 안고 길을 갈 때 뿌연 담배 연기들을 뚫고 지나가는 것은 너무 불쾌한 일이다.


4. 여가/문화 자산

1) 도심 달리기 천국 : 또 놀랐던 것이 정말 뛰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의 그 민폐덩어리 '러닝크루' 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혼자 또는 커플끼리 주거지역 인근에서 뛰는 사람들이 많았다. AI에게 확인해 보니 원래도 도심 내 조깅 인구가 없진 않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절 실내 체육시설이 폐쇄된 이후 야외 신체 활동이 대폭 늘어났고 그것이 정책적 지원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으며 현재 빈이라는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2) 넘치는 문화와 예술 : 음악의 도시 빈. 빈에서 문화예술, 특히 음악과 회화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무지크페라인, 슈타츠호퍼, 콘체르트하우스 등 여기 세 곳에서만 매주 수많은 공연들이 올라온다. 그리고 벨베데레, 알베르티나, 미술사박물관의 미술관 3 대장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명작들이 즐비하다. 나처럼 분데스뮤지엄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그냥 심심할 때 미술관으로 놀러 가서 명작 회화들을 감상하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또 1구의 거의 대부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벨베데레와 쇤브룬 궁전뿐만 아니라 거리의 건물들 그 하나하나가 다 고풍스러운 자태를 지니고 있다. 도시 전체가 예술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3) 커피, 커피, 커피 : 마지막으로 '빈'하면 커피를 빼놓을 수가 없다. 과거 지식인, 예술가들이 모여 대화/토론/사교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Kaffehaus 문화, 그 본산이 이곳 빈이다. 지금도 이곳에는 전통의 커피하우스와 현대의 커피숍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오늘도 평이 좋은 커피숍을 한 군데 다녀왔는데, 이곳은 콜드브루가 정말 맛있었다. 살짝 오렌지의 신맛이 나면서도 고소하고 향긋했다. 아내도 "지금껏 마셔본 콜드브루 중에서 제일 맛있었어."라고 할 정도였다. 1910년에 오픈한 카페 젤리넥은 그 고풍스러운 멋을 간직한 채 여전히 맛있는 멜랑쥐를 마실 수가 있다. 3주 동안 2번 갔는데, 기회가 되면 몇 번 더 가보고 싶다.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이곳 빈은 꽤 매력적인 도시다. 길거리 담배 냄새나 귀가 울리는 사이렌 소리는 살짝 불편함을 선사하지만 이제 적응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가볍게 버스에 올라타서 명작이 가득한 미술관을 방문하고 동네의 한적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기를 적는 것도 익숙해지고 있다. 살다보면 어디든 불편한 점은 생길테지만, 이곳의 삶은 그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 여행일지를 적을 때, 알랭드보통 작가의 모닝캄 기고 에세이를 소개한 적이 있다. 첫번째 에세이 '여행지를 고르는 일'에서는 이상적인 여행지는 자기 이해를 통해 내 삶에 부족한 것을 보완해주는 곳이어야 하고, 어디로 갈 것인가란 질문은 곧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와 동일하다고 말한다. 두번째 에세이 '파리에서 며칠이 주어진다면'에서는 진짜 체험이란 유명 명소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실제 일상적 행위를 따라 해보는 것이다. 지금 '유명한 카페'에 가는 것이 아니라, 동네의 작은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하며 글을 써 보는 것이다. 마지막 세번째 에세이 '추억을 간직하는 일'에서는 추억을 정기적으로 소환하며 삶의 위로와 영감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나는 왜 이곳 빈에 왔는가?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의 '일상'은 어떠한가? 그리고 여행이 끝나고 난 뒤 나는 이 '여행'을 어떻게 기억하고 추억할 것인가?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든, 아내에게든, 내 자식에게든, 내 가족에게든, 내 주변사람에게든. 내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일이든, 가정이든, 무의식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이든,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며 살고 싶다.


이곳 빈에서의 하루하루도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살고자 한다. 나는 육아휴직중인 아빠이기에, 나의 소중한 자식과 아내에게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리고 인연이 닿아 한달이 넘게 머무르게 된 이 도시에게도 최선을 다해야겠다. 여유를 가지되,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을 시도해 보자. 그리고 잘 갈무리해서 집으로 가져가자. 더 나은 내가 되자. 완성된 목표는 없다. 그저 하루하루 노력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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