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과장 월급이 김 이사보다 많다고?

전지적 엄마시점

by 이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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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진급시험을 통과한 사위가 과장이 되었다고 한다.

취준생일 때부터 봐왔으니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결코 쉽지 않았을 시간들을 잘 견뎌낸 결과일 터라 고맙고 기특하다.

자타공인 공대출신 K

문과, 이과 기반 예체능 K1과 K2에 예체능 하나 더

로 구성된 수학 최약체인 식구들 중

우리 집 유일한 경제 브레인이라

혹여 주식, 부동산 등 경제 관련 얘기가 나올 때면 가족 모두가 저절로 공손해지고는 한다.

과장이라고 다 같은 과장이 아니다.

세 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사장 과장 실장 하나씩 나눠 갖는 그런 과장 아니다.

결혼 전 H그룹 건설사에 6년간 근무했지만

승진은 꿈도 꾸지 못했고 결혼과 동시에 퇴사를 하는 것은 불문율이었다.

(그것이 사규에 있었는지 아닌지 확인해 보지 않아 모르겠다.)

공채로 입사했던 남자 동기 중 과장이 된 사람을 보기 전에 퇴사를 했으니

그 회사에서 과장되기도 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책상정리를 하고 떨치고 나오기가 어려워 그렇지

일단 회사 출입문을 통과해 나오면 다음 날 출근까지는 사생활이 보장되던 그 때와는 달리

요즘은 퇴근을 해도 업무가 끝난 것이 아닌 것 같다.

송 과장의 경우는 회사의 특성상

휴일과 평일을 교차해서 휴일을 쉴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쉬는 날에도 줄곧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때로는 C~ 소리가 절로 나올 때도 있었고

가끔은 아예 방으로 들어가 긴 통화를 할 때도 있다.

얼핏 전화 밖으로 새어나오는

‘휴일인데 죄송합니다.’

라는 목소리가 저쪽에서 들리면


“죄송하면 전화를 하지 말든가.”


라고 딸하고 합창을 하고는 찌찌뽕을 하기도 한다.

대기업에서 과장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K2 회사에도 변화가 있었고

창립멤버였던 K2는 기술파트 이사가 되었다고 했다.

아이는 무심히 말했지만 ‘이사’라는 말에 내가 흥분했다.


“우와! 이사가 됐다고? 그럼 이제 김 이사님이네?”

“이사면 뭐합니까? 월급은 송 과장이 훨씬 많은데.”

“뭐시라? 송 과장 월급이 김 이사보다 많다고?”


오래 전 짧은 조직생활 경험에서 이사란

부장 다음의 진급서열로만 알았던 터라

나는 그냥 높은 직위인 줄로만 알았다.

옆에서 듣던 전 김 부장님 K가 설명을 해 주었으나

단기 속성으로 이해할 내용은 아닌 것 같아

됐고, 아무튼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K2가 뿌듯했다.


청년 중년 할 것 없이 취업대란의 늪에 빠져있던 상황에

자기만의 컬러를 가지고 원하던 직장으로 이직에 성공한 K1이나

메이트 J 모두 꿈을 이루는 삶을 살고 있다.

취직만 됐다하면 S사 L사 일색인 아는 사람 자녀들보다

나는 이 사람들이 더 행복해 보인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됐을 때

그 것은 더 이상 즐겁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 뭔지도 몰랐던 나의 20대에 비하면

그들은 영악하고 지혜롭고 자기 삶에 대한 계획이 분명한 것 같아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 때는 그랬고

지금은 이러니

김 이사든 송 과장이든

아들이든 딸이든

가끔 한 번 모여서 맥주 한 잔 같이 할 수 있으면

나는 그걸로 좋겠다.

말난 김에 톡 한 번 해야겠다.


“여러부운~ 황태포 1등품으로 사다 놨어요, 맥주 한 잔 하실 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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