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일기 (3)
입이 방정이었다.
조금 무감해져도 좋을 후각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아침에 환기를 하느라 창문을 열어놓고
여느 때처럼 인센스를 피웠는데
그게 다 타도록 연기에 기침은 났어도 향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후각이 마비된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머리 감은 지 이틀인지 사흘이 됐는지
어제 밤, 잠자리에 들면서 머리 냄새가 코를 찔러 내일은 반드시 샤워를 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오늘 머리를 감는데 뭔가 이상하다.
샴푸에서도 트리트먼트에서도 냄새가 나지 않았다.
점심으로 반미를 먹으면서 고수를 듬뿍 넣어 우적우적 씹히는 느낌은 있는데
그 특유의 향은 느낄 수 없었다.
맙소사.
코로나 전형적인 증상이 추가됐구나.
오늘도 K는 모니터링 전화를 받아서
내 증상을 상세하게 전하고 있었다.
“기침할 때 목이 너무 아프다고 하고요
코막힘이 잠 잘 때 더 심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정작 코감기 약은 아침약에 있던데 약을 바꿔 먹어도 될까요?“
담당 의료진은 친절하고 다정하게 K의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해 주었고
집중관리 대상인 그의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둘 다 확진자이니 집 안에서 그냥 편하게 지내도 되냐고 물었더니
안 된다고 했다.
될수록 각자 방에서 지내고
마주칠 때는 마스크를 쓰고
굳이 식사를 같이 해야 한다면
마주 앉지 말고 나란히 앉아야 한다고 설명해주었다.
어제 휙 벗어 던져두었던 마스크를 다시 찾아 썼다.
점심은 나란히 앉아서 먹었고
좀 전에는 K가 주문했던 군것질 패키지를 바닥에 쏟아 놓더니
좋아하는 걸로 고르라고 한다.
어릴 때조차 해보지 못했던 군것질 풍년에 뭘 골라야할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
문득 요즘 유행한다는 포켓몬 띠부띠부의 원인이
어릴 때 마음껏 해보지 못했던 것을
성인이 되어 내 돈으로 실컷 해본다는 현상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이 됐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았겠고
걸렸더라도 증상이 없이 수월하게 지나가면 좋았겠지만
그나마 혼자가 아니고 둘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열이 나서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 다행이고
후각은 잃어버렸지만 미각을 살아 있어 다행이고
아이들이 아닌
내가 걸려서 천만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