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차 실종사건의 전말

오늘은

by 이연숙


“집 안 어딘가에 있겠지.”


집 안에 있던 걸 확실하게 본 적은 있냐는 질문에

K는 확실하게 봤다고 말했다.

커피 페어에 갔을 때 두 개를 샀고

차 선생님이 주관하는 공구에서 두 개를 사서 분명히 집에 가져다 놓았다고 했다.

집 안으로 들어온 게 확실하다면

결국 그걸 수납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디엔가 두고 기억을 못하는 거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그게 그리 낯선 일도 아니니

이제부터 할 일은 까맣게 지워진 내 기억 속을 더듬어가서 그 ‘어딘가’를 찾아내야 한다.


20220618목련꽃 차 실종사건의 전말.jpg


3주 쯤 전, 산 속에 있는 북카페에 갔던 날

커피 앤 베이커리 페어에 들렀었다.

그 무렵 차를 배우고 있던 K가

커피행사장에서 차 부스에 가서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목련꽃차가 호흡기에 좋대, 여기 이 브랜드가 선생님이 말하던 그 거네.”


이미 테이블 위에는 노르스름하게 우린 차가

동생 부부의 것까지 네 잔이 준비돼 있었다.

얼결에 의자에 앉아 직원이 건네주는 차를 마셨는데

효능까지야 모르겠지만 따뜻하고 향긋한 것이 좋았다.

그래서 K가 동생 것까지 두 통씩 샀고

목련꽃 차 받고 동생이 꾸지뽕 차를 또 우리 것 까지 두 개를 사서

각각 원통형 지관에든 차를 네 개씩 담은 종이봉투를 받아가지고서야 자리를 떴다.

처음에는 아일랜드 테이블 위, 원두가 든 병을 넣어둔 나무 정리함에

지관 세 개를 나란히 두었었다.

남은 것은 냉장고 옆 수납장에 넣어두었다.

친구들이 집에 온 날 M이 드립백 커피를 선물로 가져왔다.

커피박스를 버리고 정리를 하려니 자꾸 흩어져 어수선했다.

그래서 잎차가 든 지관을 빼고 나무 정리함에 드립백을 넣으니 가지런하니 좋았다.

지관은 다시 냉장고 수납장을 정리한 후 거기에 나란히 세워둔 것이 이틀 전 일이다.

K는 와이프 기관지 건강을 위해 거의 이틀에 한 번씩 목련꽃 차를 우렸다.

물병으로 세 개 정도 우려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그걸 꺼내 마신다.


오늘 아침에도 K가 차를 우리고 있었다.

언제 갖다 둔 건지 테이블 위에 목련꽃 차 통 두 개가 놓여있다.

다시 수납장에 자리를 만들려고 보니 아무래도 비좁다.

먼저 넣어둔 통을 열어보니 꽃차가 든 은박 봉투 한 개가 들어있다.

종이 통 안에는 다시 100g씩 꽃차가 든 은박지봉투가 들어있었던 거다.


“이거 포장이 너무 과하네. 통 튼튼하고 멀쩡한데 버리기도 아깝고.”


별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역시나 K는 묵묵히 차만 우리고 있었다..


“어? 근데 이게 왜 세 개지? 두 개 가져 온 거 맞지?”


그제서야 주방 쪽으로 눈길을 주는 K


“그럴 리가, 지난번에 두 개 샀고 이번에 공구로 산 거 두 개 갖다 놨는데.”

“그러게 말이야. 내가 며칠 전에 여기를 정리하면서...!@#$$%^&*”


얘기를 하면 할수록 점점 오리무중으로 빠져들었다.

주방 씽크대 상부장부터 아일랜드 수납장 냉장고 수납장까지 몇 번씩이나 다시 열어봤다.

통이 작거나 얇기라도 하면 어디론가 끼어들어갔다고나 할 테지만

원통형의 단단한 종이재질의 통은 그 자체로 존재감이 커서 몸을 숨길만한 곳이 마땅치 않을 터라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우린 차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단추와 셋이 산책을 하다가 흑임자라테가 맛있었던 카페에 갔다.

미국에 살 때 주말 아침이면 늦잠 자는 아이들 깨우지 않으려고

둘이서 집근처에 있는 식료품마켓에 가서 금방 나온 베이글과

K는 아메리카노 나는 카페라테를 마시던 생각이 났다.

특별히 전망이랄 것도 없었다.

동네 수퍼 테이블에 앉아

아직 깨어나지 않은 한적한 휴일 오전시간을 보내던 아주 사소한 기억들이

그 때는 딱히 좋은 줄 몰랐는데 시간이 갈수록 아련하게 그립다.


“혹시 그 때 한 개만 샀던 거 아냐?”


얘기는 다시 목련꽃 차 실종사건으로 돌아갔다.


“그럴 리가 없지, 내가 동생네는 두 개 사주고 당신 거를 한 개만 샀겠어?”

“결제 한 걸 확인해보지?”

“그걸 찾을 수가 있겠어?”


라면서도 날짜를 묻더니 휴대폰을 한참 뒤적거린 후 뭔가 의아한 듯 갸우뚱한다.


“이게 왜 팔만육천 원이지?”


그러더니 멀뚱히 바라보는 내게 화색이 도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하! 그러니까 그게 목련 꽃차하고 메리골드를 각각 두 개씩 사서 !@#$%^&*#$”


막혔던 수학문제라도 푼 것처럼 K는 갑자기 의기양양해졌다.

나는 여전히 라테 잔을 들고 홀짝거리고 있었다.

애초에 목련꽃 차는 하나씩 만 산 거였다.


“우리 어쩌냐? 꽃차 한 통이길 망정이지 그게 돈이거나 금덩어리였음 어쩔 뻔 했어.”


걱정이 되는 나와는 달리 K는 태연하다.

하긴 걱정을 한다고 집 나가려는 정신줄 잘 붙잡고 살 것도 아닌데

공연히 지레 사서 걱정을 하는 것도 병이지 싶다.


그나저나

정말로 뭔가 없어졌는데 끝내 찾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온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도 언니 따라 산으로 가야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