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나의 떠벌이 삼촌

가족, 문득 그립고 때로 서러운 이름

by 이연숙



“착하네, 엄마 말 잘 들으면 이따 갈 때 10원 줄게.”

“응? 뭐라고 그랬어?”

“엄마 말 잘 들으라고.”

“아니 그 말 다음에.”

“......?”

“10원 준다고..”

“아! 하하 으이구.”


삼립 크림빵이 10원이던 시절 나는 일곱 살 언저리였다.

하루 벌어 하루 살던 엄마가 용돈을 줄리 없었고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친척들이 대부분이라 그 들이 집에 올 때면

감자 고구마 혹은 푸성귀들을 이고 왔지 용돈을 준 사람은 없었다.

하여 ‘엄마 말 잘 들으라는’ 말은 귓등으로 흘러가고 10원 준다는 말에 귀가 쫑긋 세워졌다.

나이로 치면 삼촌 벌 쯤 되는 외사촌 오빠가 집에 왔을 때 엄마는 장사를 나가고 집에 없어

내가 밥그릇에 미숫가루를 타 주니까 했던 말이었다.

아버지가 쉰둥이 막내라서인지 내게는 젊은 삼촌이 없었다.

삼촌은 없었는데 삼촌처럼 생긴 청년의 오빠들은 있었다.

큰집 오빠와 어울려 다니던 고종 사촌들이 내게는 까마득한 어른으로만 보였다.

삼촌처럼 보이는 오빠들과 진짜 삼촌은 달랐다.

학교에 들어갔을 때 친구들 중에는

재수를 하는 삼촌도 있고

집에 올 때마다 조카를 놀리다 기어이 울리는 삼촌이 있는 아이도 있었다.

할머니한테 만날 잔소리를 듣는 삼촌도 있고

삼촌이 아빠에게 혼나는 걸 본 적 있다는 아이도 있었다.

이상한 건, 아이들은 좋아하는데 어른들은 대부분 삼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삼촌들은 조카 앞에서 용감해진다.

멋있어지기도 하고 돈을 잘 쓰기도 하고 아는 게 엄청 많기도 하다.

나는 가끔 그런 삼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삼촌은 이모보다 통이 크고 마음이 너그러울 것 같다.

그날은 잠깐 10원을 준다는 말에 외사촌 오빠가 삼촌으로 느껴졌었다.


생각해보니 친삼촌은 없지만 외삼촌은 있었다.

생각까지 해야 떠오르는 삼촌이니 자주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조카에게 그리 다정하지는 않았던 삼촌이었던 것 같다.

엄마에게 전해들은 얘기로

외삼촌은 국궁을 잘 쏘고 노래도 구성지게 잘 한다고 했다.

외삼촌을 떠올리면 짧은 스포츠머리부터 생각나는데

젊었을 때부터 한 가지 스타일만 고수했었던 것 같다.

그 삼촌의 손주 결혼식 e청첩장을 오빠를 통해 받았었다.

이미 결정된 일정이 있는 날이라 참석을 못하겠다 생각하고 잊었다.

그런데 결혼식 며칠 전에 갑자기 낯선 단톡방에 초대가 되었다.

열어보기 전 잠김 화면에 확인된 바로는

큰이모네 둘 째 셋 째 넷 째, 둘 째 이모네 큰 언니, 큰 삼촌 네 둘 째 셋 째 등

이미 전달한 엄마 형제들의 장남 장녀 외 나머지 조카들을 외삼촌이 한 방에 모은 거였다.

도무지 이 상황이 어색해서 열어보지도 못한 채 며칠을 그대로 두었다.

어렸을 때 외삼촌에 집에 머문 적도 있기는 하지만

큰 딸에게 아들이 있었는지 그 아들이 지금 몇 살이 되었는지 모른 채 살았었다.

외삼촌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갑자기 조카들에 대한 안부가 궁금했을까?

손주의 결혼식장에 하객이 하나도 오지 않는 꿈이라도 꾼 걸까?

사촌이라고는 하지만 2~30년간 연락 없이 살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던 조카들에게

그 어색하고 서먹한 상황이 당황스러울 거라는 걸 정말 몰랐을까?

한 달이 지나도록 내 카톡 어플에는 여전히 9라는 빨간 숫자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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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서 우리 아이들의 전화번호를 확인하는 문자가 왔다.

얼마 후 동생을 만났을 때 이유를 물었었다.

아이들과 함께 지냈던 내 글을 본 후 조카들의 근황이 궁금해서 물었고

문자를 했는데 답은 없었다고 말했다.

동생이 누나의 아이들을 애틋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아이들도 아는 지는 잘 모르겠다.

얼굴도 모르는 손주의 결혼식을 알리는 문자도 아닌데

아이들은 왜 답을 하지 않았을까.


이제 더 이상 떠벌이 삼촌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는 것도 많고 해줄 말도 많고 세상 걱정 없는

어느 집에나 하나씩 있는 까만 양

그런 삼촌이 요즘은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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