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고에는 그런 과목이 있었던 거야.

오늘은

by 이연숙


나는 예전에 K2가 알려준 A배달어플을 아직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얼마 후 K는 B앱을 다운 받아 이용하고 있다.

각각의 소소한 혜택이나 배달비 등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 집에서는 그 용도가 다른 의미로 완전히 구분 되어있다.

즉, 내 폰으로는 배달주문을 하고 K의 것으로는 포장주문을 하는 것이다.

업체마다 더러 무료도 있고 조금씩 차이가 있는 배달료가 있는데

처음에는 나도 배달료 무서워 오래 전 중국집 배달시스템을 그리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또 그게 그랬다.

배달의 생명은 뭐니 뭐니 해도 신속이고

보냉 보온 바스켓이 장착되었으니 음식 맛의 변화를 최소화 할 것이며

차를 타든 자전거를 타고 가든 가지러 가는 만큼의 수고를 하지 않는 대신 지불한다는 의미로는 그리 억울한 일도 아니겠다 싶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배달서비스가 있다는 게 고맙게 여겨질 정도였다.

반면 K의 생각은 정 반대였다.

반대라기에는 그다지 큰 이유는 없고 그냥 ‘노느니 가지러 가면 되지’ 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거기에도 어느 정도 패턴이 생겼다.

어떤 타이틀이든, 경기 시각이 몇 시가 됐든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K는 치맥을 먹는다.

치킨 브랜드와 메뉴는 내게 결정하게 하고 B어플로 포장주문을 한 후

K가 자전거를 타고 가지러 간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집 주변에 모든 치킨 브랜드가 다 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피자나 족발 등 단순 메뉴 역시 근처에 있어 K가 주문을 한다.

어플로 주문을 하니 결제도 폰 주인 몫이 됐다.

자연스럽게 K의 자전거 반경에 들어있지 않은 메뉴를 주문 할 때에는 A어플을 이용하느라

내가 결제를 한다.

매일 30도를 웃도는 기온은 차치하고라도 들숨날숨에 끈적함이 묻어나던 이번 여름

K가 집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분수라도 맞고 온 사람처럼 티셔츠가 흠뻑 젖어 물이 뚝뚝 떨어질 지경이었다.

하루에 벗어놓는 셔츠가 몇 개인지, 게다가 흰색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어쩌다보니 여름 티셔츠가 죄다 흰색이라 날마다 흰 빨래하는 것은 덤이었다.

축구경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K의 포장 주문에 대한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


20220818D고에는 그런 과목이 있었던거야.jpg


얼마 전 에어컨 고장으로 집시처럼 떠돌던 무렵

점심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K가 불현 듯


“엄마 모시고 삼계탕 먹으러 갈까?”


라고 했다.

복날도 아니고 더구나 K가 먼저 그런 제안을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 멍하니 보기만 했다.

속성으로 K와 오빠가 약속을 정했고

오후 여섯 시, 오빠네 집 근처 프랜차이즈 삼계탕 집에서 만났다.

삼계탕 값이 언제 이렇게 올랐나 하면서도

진한 육수에 부드러운 고기가 입에 맞는 듯 다들 맛있게 먹었다.


“이 집이 그 뭐더라? 그거... 배달은 안 되는 치킨집이었는데... ”

“어 그래, 그게 뭐였더라? 기억이 안 나네?”


올케와 오빠가 건망증 배틀이라도 하듯 이맛살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는다.


“배달 안 되는 치킨집도 있어요?”

“아! 00, 맞다. 그게 그렇게 생각이 안 나네. 여기가 전에는 00였잖아.”


결국 네이버의 도움을 받아 치킨브랜드를 알아낸 올케가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배달 안 되도 우린 상관이 없어요. 직접 가지러 가니까.”

“어? 그 집도 그래요? 우리돈데?”

“내 생각엔 D고에는 그런 과목이 있었던 게야. 그렇지 않고서야...”


뭔 소린지 알아차린 사람들끼리 한바탕 웃었다.


“그렇지 뭐, 가도 되는데 왜 배달을 시켜 미안하게, 배달료도 아끼고 좋지 뭐.”

“가지러 가면 포장할인까지 해 주는 데도 있어.”


세상에 그런 사람이 또 있었다니, 주거니 받거니 하는 오빠와 K를 보면서

정말로 그 학교에서는 그런 걸 가르치나? 엉뚱한 생각까지 했다.


“아이고오... 어쨌든 위로가 되네요.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니.”


그래서 처남 매부가 됐나?

정말로 D고에는 그런 과목이 있었던 거 아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양식을 먹어서인지,

K와 똑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여서 였는지 노곤노곤 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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