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면 물어보면 되지

오늘은

by 이연숙


날이 더워지면서 오후에 하던 운동을 오전시간에 하기로 했다.

나이가 들면 근력운동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방법도 모르고 짐에 가기도 번거로워 하루에 최소한 5킬로미터 정도 걷기만큼은 실천하려고 한다.

아파트 단지 옆에 작년에 새로 생긴 큰 건물의 두 면을 에둘러

다리를 건너 천변으로 내려가 다시 지류를 따라 가다가 오래된 신도시의 공원 네 곳을 지나오면 거리는 5.4킬로미터쯤 되고 시간은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리며 만 걸음이 채 안 된다.

다리를 건너 천변으로 내려가자 언제부터인가 상류 방향으로 펜스가 쳐 있는 것이 보였다.

안내문에는 산책로 정비 공사라고 되어있어 바닥 보수를 하나 생각했었다.

어째 공사가 길어진다 싶어 안내문을 자세히 보니 공사 기간이 무려 7월 중순까지라고 쓰여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내가 다니는 코스와는 상관이 없어 크게 관심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돌아오는 길에 보니 내가 다니는 길 한 중간까지 노란색 펜스를 쳐 놓고는 굴삭기가 천변과 도로 사이 둔덕을 파헤치고 있었다.

결국 산책로 전체에 공사를 하게 되는 건가?

산책로 정비를 한다면서 왜 언덕을 파고 있지?

그럼 내일은 이 길도 막아 놓으려나?

궁금했지만 물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한 번씩 힐끔 쳐다보고는 그냥 지나치고 있었고 나도 걸음을 빨리하고 있는데 그 중 중년쯤 돼 보이는 여성 한 분이 가던 길을 되돌아와서 작업 모자를 쓴 남자에게 물었다.


“무슨 공사를 하는 거예요?”

“산책로 정비 공사중이에요.”

“뭔 정비 공사를 그래 오래 한 대요?”

“비 많이 오면 넘칠 거 대비하는 공사라서요.”

“!@#$%^&*”


작년에 갑작스런 집중 호우로 천이 범람했던 일이 있어 그렇구나 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를 쫑긋 세우며 걸음도 자연히 느려졌지만 그 다음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내일은 이 길도 막는 거냐고도 물어보지.’

‘이 길은 언제쯤 끝나냐고는 안 물어보려나?’


단지 옆 빅사이즈 건물 앞을 지나고 있었다.

코로나가 아직 한창일 때 완공된 건물이라 입주하는 점포가 몇 개나 될까 우려됐었다.

그런데 일 년이 지난 지금, 건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번잡해졌다.

저게 다 영업이 잘 될까 싶을 만큼 숫자로 압도하는 카페가 최소 열 곳은 넘고

한식 중식 양식 포차까지 식당도 다양하게 성업 중이다.

아무 상관도 없는, 그저 단순한 이웃 주민일 뿐인데도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어쩐지 뿌듯한 기분이 들고는 했다.

그 중 유일하게 우리 단지 방향으로 빈 점포가 한 칸 있었는데 어느 날 임대가 완료 됐다는 안내가 붙어있더니 얼마 후에는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특이한 건, 다른 점포의 경우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공사 중 상호와 오픈 예정일 등을 공개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 곳은 언제 붙였는지 모를 간판은 꽁꽁 감싸 놓았는가 하면

전면과 측면의 유리벽을 모두 가려 놓았다는 점이었다.

오며 가며 출입문이 열려 있는 경우에 멀찍이서 목을 길게 빼고 안을 기웃거렸지만

이 집이 무엇이 될지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20230516궁금하면 물어보면 되지.jpg


나 : 엄청 굵은 환풍구 배관이 쌓여있는 걸로 봐서 갈빗집일 거 같기도 하고.

K : 카페 일지도 모르지.

나 : 몰딩이 다소 아시안스러운 것을 보면 혹시 중국요리집일 수도 있을 것 같고

K : 그럴 수도 있겠네.

나 : 멕시칸 식당이나 생기면 좋겠다.


K와 그 앞을 지나면서 의미도 없는 온갖 추측을 쏟아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오늘은 일찌감치 공사를 시작한 모양이다.

양 옆 출입문이 열려있고 공사 도구가 어지러이 널려있었다.

작업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그 앞에 서성거리고 있었다.

좀 전의 그 여성분이 생각났다.

‘무슨 공사냐고 물어볼까?’

‘언제 오픈하냐고 물어볼까?’

‘물어 봤는데 비밀이라고 안 가르쳐 준다고 하면 어떡해.’

생각을 하는 동안 우리 집 쪽으로 가는 횡단보도에 보행신호가 들어왔고

걸음은 저절로 빨라졌다.

길을 건넌 후 뒤를 돌아보았을 때 훅하고 바람 한줄기가 얼굴에 부딪히며


‘바보야, 궁금하면 물어보면 되지.’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 하는 말을 들었다. A형은 궁금한 게 있어도 절대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그 누군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지도 모른다.)

A형이라서인지 나도 질문하는 게 세상 어렵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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