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어머니 아버님은 애기지 애기.”
어쩌다 그 말이 나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른 생일 파티를 하고 K1 커플과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니 환갑이라고 하는,
세상에 나온 지 육십 년을 며칠 앞 둔 토요일이었다.
아마도 YJ의 친구인지 동료인지 누군가의 부모님 환갑잔치를 얘기하다가 했던 말이지 싶다.
환갑이라기에는 젊어 보인다 거나, 나이보다 생각이 순수하다거나
혹은 나잇값을 못한다는 말일 수도 있겠으나
어찌된 일인지 그 말이 싫지 않았다.
‘애기’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엄마에게서는 물론이고 아무리 쥐어 짜내어 생각해봐도
아버지와의 여섯 살 까지 인생 중에도
아버지가 나를 ‘우리아기’ ‘혹은 ’아가야‘ 라고 불렀던 기억은 없다.
결혼을 하면 시부모님이 며느리를 ‘아가’ 라고 부르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북녘에 고향을 두신, 즉 무뚝뚝함이 특색이자 상징인 우리 시부모님은
며느리 둘 중 누구에게도 아가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호칭이 다르다고 어렵고 조심스러운 관계가 다정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가끔 한 번씩은 어머니가 아가라고 불러주면 어떤 기분일까? 를 생각해본 적은 있다.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에
친정엄마는 ‘엄마’ 라고, 시어머니는 ‘어머니’라고 되어있다.
연락처 이름을 애칭이나 별명 혹은 관계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경우는 곧이곧대로 이름을 적어 넣는 것에 비하면 예외적이다.
‘시’자가 붙는 것만으로도 시댁 식구들이 어렵고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어쩌다보니 내게도 ‘시’자가 붙었다.
몇 해 전 동생 부부와 여행을 갔을 때
올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시누이랑 여행을 간다고? 얘 너 괜찮겠어?”
등등 걱정과 우려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작년에 아들 커플과 캠핑을 갔을 때에는
“예비시부모님이랑 캠핑을 간다고? 너 미쳤어? 아니 왜?”
라며 신기하게 쳐다봤다고 했다.
그게 뭐 어때서? 라고 반박을 하기에
시누이와 올케, 시어머니와 며느리 등
관계를 짓는 말에 엄청 힘이 들어가 있음은 분명하다.
어쩌다 시어머니가 됐다.
그 말이 참 어색하다.
시어머니 며느리 말고
사진동호회에서 만나 하루 출사를 같이 가게 된 다정한 멤버처럼
여행 중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연히 한 방을 쓰게 된 상냥한 여행자처럼
엄마 밥이 맛있다며 집에 자주 들락거리는 아이 친구처럼
늘 환하게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라는 말이 한 편 먹은 거 같아서 좋았고
애기지 애기야 라는 말이 우리를 어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서 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