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숙 May 31. 2024

이왕이면 투 플러스로


육 년전에도 미용실에 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K2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고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모두 둘이 알아서 한다고 했다.

이게 맞나? 저렇게 해야하나? 그건 어떻게 하지?

삼십 년전 K와 결혼할 때는 양쪽 부모님이 혼주였고 

집을 얻는 것부터 예물 예단 식장 살림살이까지 모두 부모님이 하라는대로 하면 됐었다.

지금은 혼주의 개념은 따로 없고 결혼할 당사자들이 준비하고 

부모는 관객처럼 자리를 채워주면 된다고 하는데 그게 영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와중에 양가 상견례라는 걸 했는데 연령대가 비슷해서인지

비교적 소통이 잘 됐고 유쾌하게 자리를 마무리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에는 K1의 결혼식을 앞두고 상견례를 하게 됐다.

한 번 해봤으니 느긋할 줄 알았는데 어쩐일인지 K도 나도 약속날짜가 다가올수록

점점 긴장감 백배다.

그간 두둑해진 복부를 비롯해 체격이 변한 K는 양복이 맞지 않는다며 성화를 하고

구두는 신을수 있으려나 이발을 미리해야하나 전 날 해야하나 하며 꽤나 긴장한 모습이다.

그 느낌은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격식을 갖춰야하는 자리에는 어떤 옷을 입고 가야하나.

원피스에 운동화는 결례겠지? 구두를 신어본지가 백만년은 된 거 같은데 신고 나가도 괜찮을까? 

그러다 문득 제멋대로 자라 부수수한 머리부터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계획을 하고 예약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하루 전날 예약을 하고 마침 근무가 없는 K의 차를 얻어타고 미용실에 갔다.

전에 살던 동네에 있어서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버스든 전철이든 적어도 두 시간은 걸려 보통 그 날 하루는 온전히 머리하는데만 써야했다. 

무던하기로는 나도 어디가서 뒤지지 않지만 담당 다자이너도 꽤나 진득한 사람이다. 

염색을 안 해도 되던 때는 일 년이면 한두 번 갈까말까하다보니 어쩌다 마음에 드는 담당이 있었다고 해도 다음에 가면 다른데로 옮기고 없기가 일쑤였다. 

그런 상황이고 보니 어느새 십이 년째 다니고 있는 그 곳을 멀어도 옮기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염색을 하고 손질하기 쉽게 커트로 약간 다듬기로 했다.

염색약을 다 바른 후 언제나처럼 비닐 랩을 길게 뽑아 머리를 휘휘 감기 시작한다.


“소고기 포장육 같네요.”


훅 들어온 내 농담에 살짝 당황한 보조 직원이 갑자기 사과를 한다.


“죄송해요. 건조해지지 않게 하는 데는 이게 제일 효과가 좋아서요.”

“네에, 알아요. 이왕이면 투플러스처럼 예쁘게 감아주세요. ㅎㅎ”


그제서야 살짝 웃는 직원을 보니 내가 괜한 소리를 했나 싶었다. 

혹시 내일까지 머리 모양이 유지가 될지 물으니 눈치 빠른 담당 디자이너가 다시 묻는다.


“내일 중요한 일이 있으신가 봐요.”

“네에, 상견례가 있어서요. 

그냥 편하게 나가면 되겠지 했는데 생각해보니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할 거 같아서요.”

“그쵸, 그게 상대방을 위한 배려죠.”


사십 중반쯤으로 보이는, 사실상 신혼인 그가 할 말이 많다는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육 년전에 동생이 먼저 결혼을 했는데 그 때 어머니는 뭔가 비장한 표정으로 상견례 자리에 나가서는 한껏 무게를 잡아서 그 모습이 너무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고

그런데 얼마전 자신의 결혼을 앞둔 자리에서는 한결 편안해져서 한숨을 놓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자리에서 제일 조심해야할 건 아버님들의 아재개그죠. 당사자들이 일껏 올려놓은 분위기를 한 번에 싸하게 만들잖아요.”


라고 덧붙였다.

얘기를 듣다보니 내 경우는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 때는 뭘 몰라서 편했고

지금은 한 번 해봤다고 잘하고 싶은가보다.

머리는 투 플러스 한우보다 더 마음에 든다.

부디 내일 만남의 끝이 모두의 마음에 흡족하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좋아하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