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산책로에 노란색 튤립이 피었다가 지고 지금은 흰색꽃이 빽빽하다.
꽃을 보러 일부러 모여드는 건지 지나가다 걸음을 멈춘 건지 꽃밭 주변으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인파가 모이는 진풍경이 만들어졌다.
사람들 북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로는 단추도 마찬가지라 꽃밭 저만치에서 방향을 틀어 걸음을 빨리했다. 서쪽으로 건너오는 두 번째 다리를 건너 다시 거슬러 올라오는데
올해도 천변에 보라색 꽃이 군데군데 피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아침시각이라서인지 맞은편에서 비치는 햇살에 가느다랗게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와 보라색 꽃이 투명하게 반사되는 풍경이 사랑스러웠다.
‘아! 이런 게 있었지.’
작년 요맘 때도 이 곳 저 곳에 무성하게 피어있는 그 꽃에 마음을 빼앗겼던 기억이 났다.
끝내 그 꽃의 이름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이름이 뭐든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일부러 심은건지 어디선가 꽃씨가 날아와서 자연스럽게 무리를 이루게 된건지도 알 수 없다.
별 생각없이 걷다가 무심하게 흐드러진 꽃무리를 보면 마음이 설렜다.
지나고 나면 잊었다가 또 그 길을 걷다 보라색 꽃을 만나면 마치 처음 본 것처럼 또 좋았다.
산책하는 강아지치고 걸음이 꽤나 빠른 단추를 불러 세우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당연히 사진에는 눈으로 본 것 만큼의 감동이 담기지는 않았다.
정말로 공무원들이 행정적으로 동편과 서편을 차별한 건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빽빽하게 줄맞춰 심긴 튤립보다 이름모를 보라꽃이 백만 배는 더 좋다.
두루 공평하게 하느라 이 꽃들을 다 밀어버렸으면 어쩔 뻔 했나 하는 생각이 들자 저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보라꽃 뿐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서쪽편 산책로에는 이름모를 자잘한 꽃들이 번갈아 피었다지고는 했다.
작년 여름, 어느 잡풀숲 사이에서 뜬금없이 새빨간 꽃양귀비가 선명하게 고개를 세우고 있는가 하면 길섶에는 발목 쯤 오는 높이에 보라색 천일홍이 여름 강렬한 햇볕을 받고 도도하게 피어있을 때도 있었다.
그 것들은 질서도 계획도 없이 와글와글 섞여 있었지만 그 것이 또 하나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차별 덕분에 매력적인 천변 풍경을 여전히 볼 수 있으니 나는 오히려 좋다.
마음먹기 따라 차별이 꼭 나쁜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아들만 좋아하는 집에 딸로 태어나 차별을 받았다.
핏줄이 제일 소중한 시댁에서는 성이 다른 며느리라 또 차별을 받았다.
유럽여행중 식당에서는 아시안이라 차별받은 것 같아 기분이 찜찜했고
클럽에 가보는게 소원이라고 했더니 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고 했다.
차별받는 기분은 별로지만 차별이라는 말을 떼고 그냥 다르게 대접 받았다고 생각하면 그게 또 그럭저럭 지낼만하다.
차별받은 덕분에 글도 쓰게됐으니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잘 된 일이다, 한다.
오 월은, 오월이라는 단어에서부터 마음이 말랑해지는 기분이다.
따뜻하고 달달할 것 같은 달이라 그런가 차별받은 기억조차 흐물흐물하게 무뎌진다.
서쪽 산책로는 계속 차별을 하면 좋겠다.
딸이라 차별은 받았지만 그 덕분에 작가가 됐으니 요즘 말로 개꿀이다.
기분좋은 오 월이 오늘부터 시작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