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문이 열렸다. 커다란 유아차와 한 짐이나 되는 가방을 든 아기엄마가 있었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안으로 들어 섰는데
“안냥하세여!”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돌이나 지났을까 싶은 아이가 유아차에서 얼굴을 쏙 내민다.
아이는 한 명이 아니었다. 동시에
“나 주스 먹어요!‘
라며 맞은 편에서 주스튜브가 쑥 나온다.
등을 돌린 자세라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인사를 한 아이의 형인가 보았다.
”으응, 안녕~ 어디 가요?“
”어리니 지비셔 @#$%#&“
”어? 뭐라고?“
아이에게 물으며 아이엄마 얼굴을 바라보니
”어린이 집에서 키즈카페 간다고요.“
라며 웃었다.
잠시 침묵, 그러다 갑자기 다시 아이의 얼굴이 다시 쏙 튀어나오며
”누구 함무이야?“
깜박이도 없이 훅 들어온 질문에 순간 당황했다.
내가 누구 할머니더라?
”어? 어, 난 단추, 그래 단추 할머니야.“
”단튜함머니?“
그 순간 고맙게도 승강기는 일 층에 도착했고 문이 열렸다.
당혹스러움과 민망함에 유아차보다 먼저 후다닥 빠져나왔다.
땅을 보고 걸으며 누가 뭐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민망해서 키득거렸다.
세상 가장 순수하고 객관적인 시각아닌가.
내가 할머니로 보이는 구나.
K가 이미 동네에서 강아지 할부지로 불리는 건 그의 근사한 백발 때문이라 쳐도
아이들이 나를 부를 일은 없었지만 내심 아줌마 정도로 보이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었다.
동물 병원에서 ’단추 어머니, 단추 아버지‘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단추 보호자님‘이라면 또 몰라도 내가 개를 낳은 적이 없는데 웬 엄마냐며 굳이 단추의 아줌마 아저씨를 자청했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단추야, 아줌마한테 산책가자고 해. 뭐라고? 아저씨가 아직 잔다고? 등등
새삼 단추에게 미안해졌다.
할매 할배가 아줌마 아저씨를 고집하는 걸 보면서 단추 생각이
’에휴, 애 쓴다.‘
라고 했을 것 같다.
단추가 정말 그런생각을 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제부터 나는 단추 할머니다.
인간 손주가 생길지 아닐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할머니 호칭에 미리 익숙해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