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있을 때보다 확실히 둘이 있으니 쓰레기가 많네.
재활용 분리 배출 하는 날
박스와 비닐을 모아둔 봉투를 들어 보이며 K가 말했다.
- 그래? 그럼 나 또 여행 갈까?
- 아닌, 그런 말이 아니고 사람이 있으니 쓰레기도 생긴다는 말이지.
황급하게 수습하는 K의 표정이 재미있어 장난 좀 더 치려다 그만 두었다.
오랜 만에 혼자 여행을 했다.
큰아이가 군대에 갈 무렵
누군가 내게 말했었다.
아들 군대 갔을 때 여행 많이 하라고.
사실상 아이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 챙기느라 여행을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여행의 맛을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지만
혼자 여행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정작 혼자 여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심지어 혼자 가 보라고 시설 좋은 리조트까지 예약해 주었음에도
하루는 한 숨도 자지 못하고 꼴딱 새웠고
하루는 K씨를 호출하기에 이르렀었다.
그러는 이유가
귀신이 무서워서, 라고 했을 때 식구들의 황망한 표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제주에 게스트하우스가 생기기 시작하고 2년 쯤 후부터
작은 아이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혼자 여행을 시도했었다.
백팩에 속옷 세 벌과 겉옷 한 벌, 세면도구와 노트북을 넣고 비행기를 탔다.
결론은?
일주일 여행에서 돌아온 후 일주일 몸살을 앓았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초보 여행의 흔한 실수인
제주도 전체 돌아보기, 즉, 날마다 숙소 옮기기 였다.
최소한으로 짐을 꾸렸다고는 하나 어찌됐든 노트북이라는 쇳덩어리를 넣은 백팩은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매 순간 불안과 긴장을 늦추지 못한 탓에 뒷목이 뻣뻣해져
백팩 무게에 걸음이 뒤로 걸어지는 느낌이었다.
실패라고 생각했던 그 여행이 기반이 되어
이후로 조금씩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고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해마다 3월과 10월에는 제주에 있었다.
작년에 제주 한 달 살이에서 돌아왔을 때
나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쓰레기를 만드는 일인 것 같다고.
집을 비우기 전 냉장고를 비우고 전원을 뽑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통을 씻어 놓았었다.
집에 돌아오자
캐리어에 붙은 스티커로 시작해서
구석구석 박혀있던 영수증
청소기를 돌린 후 나온 먼지 덩어리
저녁 준비하느라 생긴 채소 껍질, 두부가 담겼던 비닐 팩 등등 쓰레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때는 둘이었으니 두 사람분의 쓰레기 였겠고
지금은 혼자였으니 한사람 만큼의 쓰레기가 더 생겼을 터다.
한사람만큼의 쓰레기는 얼만큼일까?
살면서
또 얼만큼의 쓰레기를 만들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