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전도연이 범인이야?

by 이연숙


동생 부부 얘기다.

같이 앉아서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시리즈물은 끝까지 다 봐야해서 좋아하지 않는다는 올케는 중간에 잔다고 방으로 들어 갔다.

다음 날 아침 눈 비비며 나온 그가


“그래서, 범인이 누구야? 전도연이 범인이야?”


하더란다.

동생은 또 그걸 안 알려주고 직접 보라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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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모임 겸 모였던 식사 자리에서 그 얘기가 나왔다.


올케 : 아니, 그거 좀 알려주면 어때서 절대 말 안 해주더라구요.

동생 : 그게, 그리 간단하지가 않잖아. 전도연이 아니라고 하면 그럼 범인이 누구냐고 물을 거고 누구라고 말하면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됐냐고 또 물을 거 아냐.”

나 : 축구중계 있는 날 치킨만 먹고 들어가 자고나서 아침에 이겼냐고 묻는 나와 비슷한 건가?

K : 그렇지, 축구는 누구랑 같이 봐야 재미있는 건데 혼자 보게하고는 꼭 아침에 물어보더라고. 누가 이겼다고 하면 그럼 골은 누가 넣은 거야? 이렇게 말야.

K2 : 그건 엄마가 궁금해서라기 보다는 아빠가 열심이니 예의상 물어본 거지.(역시 내 딸!)


애초에 결론이 날 수 없는 얘기였다.

시리즈물을 보려면 시간 여유가 있는 것이 우선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엉덩이 힘이 있어야 가능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보다가 뚝뚝 끊기는 상황이 싫어서 차라리 영화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K는 엄청 부지런하게 집 안팎을 드나들면서도 이미 ott에 올라온 어지간한 드라마를 모두 봤다고 한다. 본 것과 기억하는 것은 또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보니 가끔은 새로 선택한 영화가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띄엄띄엄 봤나 싶기도 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여행지도 좋았던 느낌이 있는 곳은 몇 번이고 다시 가도 좋은 나와 달리

K는 공항만 스쳐왔어도 갔던 곳을 다시 가는 것은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같은 이유로 독서며 영화, 드라마 등을 봤거나, 봤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그렇게 유명한데 내가 안 봤을 수가 없다고 믿는 것들에 대해 K는 두 번 다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는 한다.


처음 올케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거 좀 얘기해주면 어때서, 졸리면 먼저 잘 수도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동생의 말을 듣고 있자니 어쩌면 나도 비슷한 과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면 뒷부분을 먼저 보고 시작한다든지,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면 결과가 궁금해서 끝을 보느라 날 새는, 아마도 나는 그런류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내가 말을 할 때에는 결론까지 가다가 종종 길을 잃기까지 하는 귀납적 대화가 익숙하다보니 더욱 동생의 말이 공감이 됐다.

어느덧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자연스레 편이 갈리고 있었다.

드라마든 영화든 소설이든 내용을 알려면 직접 봐라, 말해주려면 길어진다,파인 나와 동생

그거 뭐 일일이 보냐 아무나 본 사람이 대충 설명해주면 되지파로 김여사와 K선생.

착하고 인정이 많은 김여사는 동생의 똑부러진 선긋기가 서운할만도 할텐데 금세 잊어버리고 같이 깔깔 웃는다.

우리집은?

K가 굳이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까지 내 귀에 대고 하느라 가끔 내 귀에 피가 날 것 같을 때가 있는거 빼고는 그만저만하다.

만약에 내 남편이 동생같은 성향이고 올케가 K성향의 남자와 결혼했다면 모르긴 몰라도 사흘거리로 싸움이 날 지도 모를일이다.

그렇게, 다 살민 살아지나보다.

그나저나 나는 아직 보지도 못한 그 드라마를 지금이라도 시작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전도연은 범인이 아니라니 그럼 누가 범인일까?

주말에 소파에 몸 파묻고 드라마나 봐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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